[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임창정은 한결같은 배우다. 언제나 유쾌한 기운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영화 '사랑이 무서워'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 역시 여전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한껏 멋들이고 힘을 준, 데코레이션이 화려한 음식이 아닌 꾸밈없이 물에 된장을 훌훌 풀어낸 담백한 된장찌개 같은 느낌이랄까.

▲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영화에요
영화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면 '사랑이 무서워'는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보일 수 있다. 임창정은 "사랑 이야기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조금 다른 사랑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영화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면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할거에요. 분명 사랑이야기이긴 하죠. 소제가 조금 달라요. 요즘 있을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착한 여자가 나쁜 남자를 만나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런 사회상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나쁜 남자를 만나면 미혼모가 될 수도 있고,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유쾌하게 표현하려는 영화라 생각해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듣고 있으니 '너무 많은 이야기를 공개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한편 분량을 훌쩍 넘어갔으니 말이다. '영화 한편 다 나왔네'라고 혼자 생각할 때 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달라요. 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서 받을 수 있는 상처, 그것을 이겨나가는 과정 등을 일부 제한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게 이야기 하고 있어요. 관객들과 고민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죠."

'사랑이 무서워'는 분명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는' 그런 일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일어나서는 안 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임창정의 말대로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는 아닌 생각할 거리를 던진 후 관객과 함께 고민해볼만한, 그런 면에서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다.


▲ 같은 코믹 연기라도 느낌은 다르잖아요
임창정은 코믹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이 코믹요소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모두 같지는 않다. 그는 이를 "한 호텔의 서로 다른 방"에 비유했다.

"제가 어떤 호텔을 좋아해서 그곳만 다닌다고 하더라도 방은 많잖아요. 오늘은 1번방, 내일은 2번방. 그런 느낌 같아요. 코미디라는 장르는 같지만 느낌이 다른 거죠. 그러다가 다른 장르에 도전할 수도 있고, 그 장르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코미디로 돌아올 수도 있고요."

어느덧 아들이 셋이나 딸린 유부남이 됐다. 많은 배우들이 결혼 전과 후 배역이 변하곤 한다. 하지만 임창정은 변함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미녀배우들과 코믹이 가미된 로맨스 영화를 찍는다.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배역을 이어가는 비결은 그의 '특장점' 중 하나인 편안함 일 것이다.

"사랑이 엄친아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보잘 것 없는,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한 사람들도 사랑을 하는 거죠. 그렇다고 그런 배역을 장동건이 맡을 순 없잖아요. 뛰어나게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너무 못생기지도 않고, 가끔은 또 웃겨주기도 하고. 이런 제 모습 덕분에 꾸준히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속 임창정은 언제나 사랑에 순수하다. 2% 부족한 여백의 미가 보이지만 그만큼 순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만난 그 역시 순수했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순수'라는 단어보다는 '꾸밈없이 거침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임창정은 여전히 아름답고 따뜻한 배우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 ghdpssk@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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