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인도 카르나타카주(州)의 벵갈루루에 자리잡은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콘 인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에서 네 번째로 돈 많은 여성인 키란 마줌다르 쇼(57)다.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순재산은 9억 달러(약 1조 원)다. 마줌다르 쇼는 여성에 대한 인도 사회의 편견 속에서 부를 일군 당당한 CEO다.

1970년대 초반 마줌다르 쇼는 양조장 운영주인 아버지에게 방갈로르 대학에서 전공한 동물학 지식을 살려 과학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는 딸에게 맥주 제조를 끈질기게 권유했다. "양조를 폄하하지 말고 하나의 과학으로 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의 조언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줌다르 쇼가 1978년 1만 루피(약 135만 원)로 창고에서 시작한 효소사업이 오늘날 인도 최대 생명공학업체이자 아시아 최대 인슐린 생산업체인 바이오콘 인디아로 성장한 것이다.

바이오콘 인디아는 140억 달러(약 15조6600억 원)에 이르는 세계 인슐린 시장에서 네덜란드의 노보 노르디스크, 프랑스의 사노피 아벤티스, 미국의 릴리 엘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태세다. 시장조사업체 RNCOS는 오는 2015년까지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2억8500만 명에 이르면서 인슐린 수요가 연평균 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4분기 바이오콘 인디아의 순익은 전분기 대비 25% 늘어 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15% 증가했다. 지난해 바이오콘 인디아의 주가는 52% 급등했다.

중산층인 마줌다르 쇼의 집안 분위기는 진보적이었다. 그 덕에 그는 여느 인도 여성과 달리 일찍 정혼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는 방갈로르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뒤 호주로 건너가 발라라트 대학에서 양조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1975년 인도로 돌아온 그는 여기저기서 자신을 스카우트하려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접근하는 기업은 없었다.

그는 2년 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린 끝에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특수화학업체 바이오콘 바이오케미컬스가 접근해온 것이다. 바이오콘 바이오케미컬스는 인도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당시 인도는 외국인 지분 상한선을 30%로 제한해 놓고 있었다. 바이오콘 바이오케미컬스 측이 보기에 마줌다르 쇼야말로 이상적인 동업자였다.

마줌다르 쇼가 사무공간을 임차하기까지 수주나 걸렸다. 건물주들이 그를 여자라는 이유로 꺼렸기 때문이다. 비서도 구할 수 없었다. 원료 공급업체의 태도는 한 술 더 떴다. 남성 임원을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출범한 바이오콘 인디아는 1980년대 후반 연간 순익 100만 달러를 기록하는 짭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바이오콘 인디아는 노보 노르디스크가 독주해 온 인슐린 생산방식을 뒤집고 이미 갖고 있던 발효기술까지 활용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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