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아이패드2' 제품 발표회에서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들이 애플 제품을 모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갤탭은 아이패드의 짝퉁(copycat)'.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삼성전자에 또 다시 일격을 가했다. 반복되는 '독설'에 정색하고 반박할 법도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닐 뿐더러 삼성전자 최대의 고객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얽혀 있어 맞대응은 삼가는 편이다.

스티브 잡스는 2일(미국 현지시간) '아이패드2' 제품 발표회에서 무대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삼성전자, 휴렛팩커드(HP), 모토로라 등 경쟁업체의 로고를 띄운 뒤 "2011년은 모조품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패드 1세대 출시 후 재빨리 모방에 나섰던 경쟁사들이 이번에도 아이패드2 베끼기에 바쁠 것이라며 비아냥댄 것이다.

잡스는 이어 "지난 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태블릿PC '갤럭시탭'의 출하량(sell in)은 200만대 가까이 되지만 실제 판매량(sell out)은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고 말해 삼성을 콕 집어 공격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제품에 대한 잡스의 독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잡스는 지난 해 7월 아이폰 수신 불량 문제가 불거지자 삼성의 스마트폰 '옴니아 Ⅱ'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며 삼성을 걸고 넘어졌다. 당시 삼성은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그 문제와 관련해 의미있는 소비자 불만을 접수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적극 반박했다.

갤럭시탭 공개 직후인 지난 10월에는 "7인치 태블릿PC는 (화면 크기가 너무 작아) 시장에 나오자마자 이미 사망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에도 그랬듯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일은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7인치 태블릿PC 발언을 놓고 "경쟁사 관련 사항이라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잡스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4개월만에 삼성은 화면 크기를 기존 7인치에서 10.1인치로 확대한 '갤럭시탭 10.1'을 공개했다. 전부터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갤럭시S'나 갤럭시탭 모두 애플 제품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지적이 많아 잡스의 주장을 수용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출하량에 비해 판매량이 적다는 지적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당장 국내만 보더라도 출하량은 50만대지만 개통량은 27만대로 추정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반도체 등 부품 제조업체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인 상황에서 부품 납품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2에 낸드플래시, 모바일 D램, 중앙처리장치(CPU),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부품을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아이패드용으로 공급하는 부품은 전체 부품의 50%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삼성이 올해 애플로부터 78억달러(약 8조7500억원)의 부품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잡스의 독설에도 매번 속만 끓이고 있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아이패드 가격까지 인하하면서 근심이 더 늘었다.

애플에 따르면 한국에서 시판되는 아이패드 가격은 최소 9만5000원에서 최대 18만6000원까지 낮아졌다. 16기가바이트(GB)급 와이파이 전용 모델을 기준으로 아이패드 가격은 현재 50만원, 갤럭시탭은 59만9000원이다.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를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아이패드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걱정은 되겠지만 삼성은 가격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갤럭시탭 가격 인하는 논의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가격을 내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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