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올해 첫 번째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던 10일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외국인들의 강력한 현선물 동반 매도에 된서리를 맞았다. 외국인은 사상 처음으로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각각 1조원 이상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동시호가에서는 프로그램 매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던 시장관계자들의 예상도 빗나가고 말았다. 3월 동시만기는 작심하고 매도 물량을 쏟아낸 외국인의 의도대로 진행됐다.

◆동시호가 충격, 우정사업본부가 상쇄 = 10일 동시호가가에서 프로그램이 예상외의 매도우위로 전개된 것은 외국인 때문이었다. 외국인은 동시호가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7000억원에 가까운 현물을 순매도했다. 다행히 국내 기관이 대규모 매수를 통해 동시호가에서 쏟아진 외국인 매물을 소화해 동시호가 지수 낙폭은 크지 않았다.

특히 정통부 산하의 우정사업본부가 대규모 매수에 나서면서 충격을 상쇄시켜줬다. 우정사업본부 물량은 국가 및 지자체 물량으로 집계가 이뤄지는데 전날 동시호가에서 국가 매수 물량은 4200억원에 달했다.

당초 시장관계자들이 동시호가 매수우위를 기대했던 이유도 국가기관 물량 때문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약 7000억원 가량의 자금으로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장관계자들은 만기를 앞두고 국가기관이 2000억원의 매도 여력과 5000억원의 매수 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행히 전날 우정사업본부는 사실상 최대 한도의 매수를 통해 동시호가 충격을 막아낸 셈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전날 동시호가 상황과 관련해 국내 기관의 매수는 예상했던 시나리오였지만 외국인의 동시호가 매도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물 매도포지션 롤오버 = 이번 만기 동시호가에서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가장 큰 근거는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할 수 있는 매수차익잔고가 바닥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만기 당일 기존 매수차익잔고의 청산이 아니라 신규 매도차익잔고가 설정되면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가 이뤄졌다. 만기일 매도차익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신규 매도차익잔고 설정이 가능했던 것은 6월물 선물 가격이 급락한 탓이었다. 다수의 3월물 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던 외국인은 이번 동시만기에서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6월물로 롤오버, 즉 넘겨버리고 말았다.

코스콤이 집계한 추정치에 따르면 이번 동시만기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포지션 롤오버 규모는 2만2083계약이었다. 지난해 12월 동시만기 1만508계약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이었다.



외국인이 6월물 선물에 대해 대규모 매도 포지션을 구축함으로써 선물 가격이 저평가됐고 이에 따라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매도 차익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윤선일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6월물 선물의 저평가가 심해지자 스프레드를 통해 6월물을 매수하고 종가 동시호가에서 현물을 매도하면서 매도차익거래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6월물 선물에 대해 대규모 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만큼 향후 수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 매도 포지션을 대규모 롤오버한데다 전날 1만계약 이상의 매도 강도를 감안하면 추가 매도 여력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며 "베이시스 약세에 따른 프로그램 수급 부진에 동시만기에서 현물시장 외국인의 매도 시각도 확인돼 수급이 여전히 좋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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