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네요.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A은행 한 지점장의 푸념이다. B은행 지점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올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보다 5%에서 많게는 7%까지 자산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주력 계열사인 은행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 지점장들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크게 높였다. 어윤대 회장도 매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영업 부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안에 따라 본인이 직접 영업일선에 나서고 있으며 이미 몇몇 그룹의 주요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점장과 일선 영업점 직원의 실적 압박이 만만치 않은 것.

KB국민은행 한 지점장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라며 "실적주의를 앞세워 지점장들을 채근하기 때문에 요즘은 세일즈하기 바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권에서는 흔히 '실적 압박이 커지면 은행직원들의 보증기금의 방문이 잦아진다'는 통설이 있는데 최근 신보와 기보 등 보증기금을 찾는 국민은행 직원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신보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 영업직원이 많이 찾아온다. 보증기금을 통해 보증을 받으면 리스크도 낮아지고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우리은행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우리금융은 이팔성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데 이어 조만간 우리은행장이 결정되기 때문에 영업에 전념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국 지점을 권역별로 3등급로 나눠 목표액을 할당하는 등 실적압박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 한 지점장은 "아직까지 영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올해 은행 간 영업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실적에 따라 여신등급 레벨이 결정되는 등 기업대출에 대한 전결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은행권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몸집불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은행권에 "무분별한 외형확대 경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들여다보겠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김 원장은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질적 변화가 없는 양적경쟁 확대는 무모한 치킨게임에 불과하다"며 "은행간 외형경쟁이 심화돼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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