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이윤재 기자]지진과 쓰나미로 정유공장이 가동 중단된 일본 에너지회사가 국내 정유사에 일제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석유회사인 JX NOE(옛 신일본석유)를 비롯해 코스모석유 등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나섰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 기존 도입한 원유를 당장 사용할 수 없게 된 일본 정유사들이 남아도는 원유를 대신 구입해 줄 것을 긴급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날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JX NOE와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직접 일본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JX NOE 본사를 찾은 구 사장은 기무라 야수시 사장 등을 만나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JX NOE의 동북지역 정유공장에 투입 예정이었으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처리 부담이 되던 중동 원유 200만 배럴(약 2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적인 원유 구매도 검토하기로 협의했다.

아울러 생산 차질로 일본 내 주유소에서 인당 판매물량을 제한하는 등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해 JX에너지에 휘발유 26만배럴을 최우선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휘발유 26만 배럴은 일본 하루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로 4월 초에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원전 가동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동북전력에 발전용 중유 1만톤을 공급키로 하고,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의 요청으로 어선용 연료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은 일본의 타 석유회사의 요청에 대해서도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어서 일본 기업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현재 원유 탱크의 저장 여력이 부족하고, 제품 수출 계약이 이미 완료된 상태인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본 지진 피해 복구 지원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JX NOE는 GS칼텍스에도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16일 GS칼텍스에 따르면 JX NOE는 휘발유와 납사, 등유, 경유, 항공유 등 정유제품을 100만~150만 배럴 규모를 공급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기무라 야수시 JX NOE 사장은 "대지진으로 인해 현재 원활한 석유제품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GS칼텍스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최대한 지원한다는 약속을 한 만큼 여유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지원 사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미쓰비시 등 일본 무역회사도 석유제품 공급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있어 협력사는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올 3분기 국내 BTX(벤젠·톨루엔·크실렌) 공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 코스모 석유 역시 협력을 요청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코스모 석유 요청에 따라 항공유와 등유를 4월 말까지 30만 배럴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산규모가 작지만 지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물량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코스모 석유와 공동 설립한 HC페트로켐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올 3분기 착공키로 한 BTX 공장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일본이 대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대신 원유를 구입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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