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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고혈압약 '올메살탄'이 장기적으로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을 증가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식품의약청(FDA)은 관련 자료를 취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발표된 임상시험 로드맵(ROADMAP) 결과에 따르면, 올메살탄(olmesartan)은 당뇨병 환자의 심장병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
평균 3.2년의 추적연구에서 올메살탄을 먹은 당뇨환자는 가짜약 그룹에 비해 사망자가 3배(15명 VS 5명) 많았다. 15명의 사망자 중엔 돌연사가 7명, 치명적인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5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메살탄은 '베니카'란 이름으로 미국에서 2002년, 국내에선 '올메텍'으로 2005년 출시됐다. 일본 다이이치산쿄가 개발했으며 한국에선 대웅제약이 판매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올메살탄의 사망증가 보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선 소규모 연구 오리엔트(ORIENT)에서도 올메살탄은 심장병 사망을 증가시켰다. 올메살탄이 포함된 ARB 계열의 다른 고혈압약에선 관찰되지 않은 일이다.
심장병 발생을 줄여야 할 혈압약이 왜 오히려 사망을 증가시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당뇨환자의 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면서 생기는 부작용 혹은 올메살탄의 고유한 특징일 가능성 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논문과 함께 게재된 사설에서 주장했다.
한편 로드맵 연구의 애초 목표(primary endpoint)는 성공적이었다. 이 연구는 당뇨환자가 올메살탄을 먹으면 미세단백뇨 발생이 늦춰지는가 보기 위해 시행됐다. 연구결과 올메살탄은 당뇨환자의 미세단백뇨 발생을 23% 지연시켰다. 미세단백뇨는 콩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ARB 계열 혈압약의 단백뇨 예방 효과는 공통적인 것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박정배 제일병원 내과 교수는 "고혈압 치료의 최종 목표는 '사망'을 줄이는 것이지 미세단백뇨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을 제외하고 올메살탄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사설에서 잉겔핑거(Ingelfinger) 박사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심혈관계 사망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다른 ARB 혹은 비슷한 효과를 주는 ACE억제제가 있는 가운데, 왜 꼭 이 약을 선택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FDA는 올메살탄의 사망증가 우려가 처음 제기된 지난해 여름부터 이 약의 임상시험 자료를 취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메살탄은 국내에서 지난해 818억원 어치가 처방돼 모든 고혈압약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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