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민영화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귀를 열고 반대의견도 경청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강 회장은 22일 주주총회에서 산업은행장으로 선임된 직후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들과 가진 상견례 자리에서 기자의 물음에 답해 "민영화 문제도 공부하는 중"이라며 "이견을 듣지 않고 의사 결정하는 경우 문제가 있으므로 반대의견도 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뜻의 '청설(聽雪)'이란 호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진 강 회장은 "저하고 직접 일해 본 사람은 '가장 고집은 없는 사람'이라고들 평가한다"며 "앞으로는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내부 의견을 주의깊게 살피며 민영화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민영화의 기반인 소매금융 강화에 대해서는 "보고는 받았지만, 아직 어떤 방법이 좋은지 정하지 않았다"며 "내달(4월) 중순경에 워크샵에서 확대회의를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 본 다음에 방향을 차차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우 신임 우리은행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 금융계 '후배'들이 메가뱅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좋은 의견"이라며 "사람은 경쟁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며, 경쟁이 없으면 도태되므로 (은행장들의 의견은)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의 해외 진출도 강조했다. 강 회장은 "해외에 우리 길이 있다"며 "우리 역사는 해외지향적일 때 좋았고 대내지향적, 폐쇄적일 때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산은 직원들의 능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그는 "산은과 다섯 번 인연을 가졌는데, 개인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산은에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국채운용에 대해서는 산은과 수은 두 은행만이 나서서 위기관리를 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감독이 해야 할 역할과 배우가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다"고 말하고 "우리 은행(산은)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고액연봉 회귀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들은 것은 제가 떠나고 나서 산은 직원들의 연봉이 낮아져 신입행원 모집이 애로가 있을 정도라고 들은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장급 행사 참석 문제에 대해서도 "행장이 되지도 않은 사람이 행장 모임에 가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며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법을 지킬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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