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선장과 최고참을 차례로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나가수'는 시작 총성이 울리기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서열매겨 꼴찌를 탈락시키는 유례없고, '무례한' 기획에 가수부터 시청자들까지 혀를 찼다.

하지만 김건모 이소라 윤도현 김범수 백지영 정엽 박정현 등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가창력 종결자들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증폭됐다.

특히 첫방송에서 이들이 보여준 소름끼치는 열창과 음악에 대한 열정, 무대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에 시청자들은 압도됐고 '나가수'의 서바이벌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차라리 1위를 명예롭게 퇴장시키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시선은 계속 있었지만 이들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방송서 제작진은 꼴찌로 탈락이 결정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라는, 결과적으로는 썩은 동아줄을 던졌고 김건모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다. 시청자들은 "애초 프로그램이 정한 룰을 스스로 저버리고 청중평가단으로 대표되는 대중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성토했다. 방송사도, 제작진도, 가수들도 예상치 못한 파장에 어리둥절했다.

MBC의 결정은 단호했다. 23일 프로그램 총기획자이자 담당연출자인 김영희 PD를 교체해 버리는 초강수를 뒀다. '쌀집 아저씨' 김영희PD는 '일밤'을 넘어 MBC 예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김PD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는 대신 책임을 지우고 물러날 것을 통보했다. 어떻게든 수습하고 일으킬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그만큼 MBC가 위기의 '일밤'을 살리겠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결정이었지만 너무 눈앞의 진화에만 애쓴 나머지 큰 그림은 보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김영희 PD의 불명예스러운 하차는 그와 오랜 인연을 맺은 가수이자 재도전을 결정한 김건모의 자진사퇴까지 불러왔다. 김영희 PD와 인간적인 교감에 의해 어려운 출연을 결정한 가수들도, 또 김건모의 탈락을 아파하고 재도전에 박수를 쳤던 다른 가수들마저 출연을 장담하기 힘든 위기에 봉착했다.

과연 MBC의 결정이 최선이었는지, '일밤'을 살리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 김영희 PD와 김건모의 도미노 하차로 남은 가수들이 어떤 결정을 할 지 궁금할 따름이다. 까딱하다간 오랜만에 최고 가수들의 무대를 즐겼던 시청자들이 이 모든 논란의 몫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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