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역시 '달변가'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9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열린 2011 프로야구 ‘Let's Play with Fans’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각 구단 감독, 간판 투수 및 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각 올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화려한 말의 잔치였다. 언변 좋기로 소문난 프로야구 감독과 선수들답게 재기넘치는 인터뷰와 답변으로 회견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상대를 향한 도발로 뜨거운 경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봉은 역시 감독이었다. 개막전 선발을 묻는 질문에 김성근 SK 감독은 가장 먼저 “시합하기 전에 가봐야 안다”며 “지금 알려주면 안된다. 미안합니다”며 능청스럽게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류중일 삼성 감독은 “개막전을 광주에서 하는데, 자신있게 말해주겠다. 차우찬이다”라고 망설임없이 밝혀 회견장에 모인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질 수 없었다. 그는 “옆에서 말했는데 안 하려니 자존심이 상한다”며 “하루 늦게 알려준다고 달라질 건 없지 않겠나. 더스틴이 나간다”고 개막전 선발을 공개했다.

반면 김시진 넥센 감독은 “전년도 우승팀 감독님이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꼴찌 후보인 우리가 감히 얘기할 수 있겠나”라고 웃으며 “우리는 오늘 연습 경기 마치고 정하겠다. 5명 선발 중 한 명이다. 죄송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선수들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류현진은 개막전 상대인 롯데를 상대로 “타자들의 약점을 미리 파악해, 구석구석 공을 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롯데 주장 홍성흔은 “구석구석 던진다고 하니 구석구석 노려서 치겠다”며 응수했다. 그는 “개막전 상대가 국내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이라는 게 부담스럽지만, 예상은 충분히 했다”며 “그동안 당할 만큼 당했다. 작년에 류현진이 아니었다면 타격왕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SK 주장 이호준은 각 팀 주장들이 우승을 향한 걸림돌로 SK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자 “예전에는 전부 SK를 이기고 싶어 하더니 목표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모두 포기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며 ‘정곡’을 찔렀다.

이어 “우리 팀이 지난해 한화, 넥센에 고전했는데 강자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것 같다”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신인들이 한 몫 거들었다. LG 임찬규는 신인왕 최대 라이벌로 한화 좌완 유창식을 꼽았지만, 정작 유창식은 삼성 임현준을 지목했다. 임현준 역시 넥센 윤지웅을 꼽으며 ‘파도타기’를 하자 윤지웅은 “내 경쟁상대는 나 자신이다. 파도는 여기까지”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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