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동남권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부산·경남지역은 허탈감과 함께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남권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두 곳에 대해 기준평점에 부족,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박창호 입지평가위원회 위원장은 “밀양·가덕도 모두 환경훼손·비용과다로 부적합하다”고 미달 이유를 설명했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된 직후 허남식 부산시장,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 판단”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허 시장은 입지평가위원회의 평가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정부 평가위원회 발표는 신공항건설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발표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신공항은 부산이 주도해 추진해온 숙원사업이고 정부의 입지결정이 장기화되면서 생긴 지역갈등, 정치적 판단까지 개입하며 백지화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허 시장은 “시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이뤄낼 것”이라며 독자추진 뜻을 나타냈다.

부산시민들도 심사위 발표가 경제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란 반응이다. 시민들은 “심의발표 전에 백지화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돌아 예상됐던 일이지만 평가가 정치에 휘둘렸다”고 비판했다.

김 도지사도 “오늘 정부는 그동안의 약속과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을 했다. 국정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이 국민에 대한 신뢰인데 이게 무너지고 말았다”고 반발했다.

신공항건설사업을 지휘한 박광길 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유치추진단장은 “정부에서 국민들 눈높이를 잘못 파악했다. 이런 결과를 내려고 평가단을 돈들여가며 할 것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평가단의 조건에 맞춰 자료를 수정하는 등 여러 노력들을 했지만 모두 반영이 안됐다. 이미 백지화가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백지화를 위한 짜맞추기다. 두 곳이 아니라면 제3의 입지를 내놨어야 했다. 일부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지방소외론을 주장했다.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박 단장은 “이제 새로 시작이다. 지역민들 의견을 들어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백지화 발표 뒤 “정부와 전쟁도 불사한다”며 촛불집회와 단식투쟁 등 대규모 장외투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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