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고시했다. 2020년까지 전국을 하나의 도시권으로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주요 거점도시는 고속철도(KTX)로 90분대 생활권으로 묶고, 대도시권은 광역 급행철도망으로 30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은 화물전용 노선으로 바꾸는 등 물류 기능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부는 국가철도망 구축으로 2020년 하루 철도이용객이 60만명, 철도 화물량은 60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히 교통혁명이라 할 만하다. 철도는 에너지 소비량이 화물자동차의 10분의 1인 데다 탄소배출량도 8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교통과 물류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환경 보호,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철도 중심 교통ㆍ물류체계 구축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88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다. 정부는 5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 재원 증가율을 매년 5% 이상으로 잡았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실제 SOC 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3%대에 불과하다. 불확실한 사업성으로 민간자본의 참여도 불투명하다. 짧은 구간을 고속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비용 대비 효율성도 의문이다.
　
전국 생활권화가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이 하나의 도시권으로 묶이면 생활 패턴의 변화로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화가 한층 깊어질 것이다. 2004년 KTX가 부분 개통한 이후 의료, 쇼핑, 문화, 관광, 교육 등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눈에 띄게 커졌다. 철도 고속화가 진행되면 이 같은 '빨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해 지역 경제가 위축될 게 뻔하다.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 공항은 말 그대로 고사할 처지가 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직후에 계획을 내놓아 신공항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는 계획이 계획에 그치지 않도록 재원조달 방안을 보다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화로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툭하면 사고가 나는 KTX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주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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