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발송한 재고확보 종용 문자메시지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정유사와 주유소가 기름값 할인을 두고 '2라운드' 공방에 돌입했다.

정유4사가 잇따라 가격할인 정책을 밝혔지만, 인하시기와 방법에 대한 주유소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정유사·소비자 사이에 낀 '샌드위치' 처지라는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7일 서민고통 경감을 위한 정유사 기름값 인하 조치는 환영이지만, 주유소와의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지난 3월 말 일선 주유소에 재고를 가득 채우라고 종용한지 불과 1주일만에 전격 가격 인하를 발표함에 따라 미처 재고분을 소진하지 못한 주유소가 소비자로부터 빗발친 항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재고분이 쌓여있어 즉각적인 가격할인이 어려운데 소비자들은 가격 할인을 요구하고 있어 마치 주유소가 정유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지나친 마진(이윤)을 챙기는 듯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지난 달 말 일선 주유소에 유가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재고를 가득 채우라며 구매를 종용, 대부분의 주유소가 4월 셋째주 판매분까지 재고를 확보해둔 상태에서 정유사가 1주일만에 가격인하를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경 정유사 영업사원들은 일선 주유소에 다음달 가격 인상이 예정되니 4월 셋째주까지 재고를 확보하라는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협회는 "주유소 매출이익이 5%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재고분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리터(ℓ)당 100원을 인하해 판매할 수는 없다"며 "재고소진과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고려해 향후 1~2주 정도 시차를 두고 판매가격이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문제 외에도 시스템 오류 등으로 할인 또는 적립혜택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등 정유사 졸속 시행으로 인해 기름값 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이 주유소에 불만을 토로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과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유사로 인해 일선 주유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정유사의 일선 주유소 공급가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유류세를 인하해 기름값 인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 측은 "지난달 국제 유가 흐름을 반영하면 4월 유가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정유사는 정보제공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며 "급작스레 기름값 깜짝 할인이 발표돼 마치 구매를 종용한 것처럼 오해를 산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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