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에스크로 해둔 주식과 돈이 사라지면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파기된 잘만테크의 투자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이면계약과 3자간 계약으로 사안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누가 어떻게 주식과 돈을 가져갔는지에 달려있다. 기업을 매각하려는 이와 무자본 M&A를 시도하려는 이를 이용해 사채업자만 배를 불린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과 인수 대금 동시에 사라져=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피해는 이영필 잘만테크 대표의 주식 320만주와 김정영 다성 대표의 자금 100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김 대표와 총 150억원 규모의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적으로는 이 대표의 지분 258만여주를 김 대표에게 7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각종 옵션과 이 대표의 차명지분 60만주(50억원)가 이면계약으로 포함됐다.

이 계약을 위해 이 대표는 320만주를, 김 대표는 미리 이 대표에게 지급한 45억원을 제외한 55억원을 법무법인 리안에 에스크로 했다. 이후 김 대표가 인수를 포기하고 '클라이온'이라는 업체가 잘만테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현재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잘만테크와 클라이온은 에스크로를 풀고 지분과 돈을 가져간 인물로 명동 사채시장의 조모씨를 지목했다. 에스크로 담당이었던 리안의 박영욱 변호사가 "조씨가 돈과 지분을 가져갔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씨가 김 대표에게 인수자금 100억원을 빌려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잘만테크 측은 김 대표의 외조카 이모씨가 함께 와서 가져갔다는 주장도 보탰다. 이모씨는 이 대표와 김 대표의 계약건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3의 인물 있나= 김 대표의 설명은 다르다. 월이자 2억원에 두달간 100억원을 빌리기는 했지만 조씨가 아닌 제 3의 인물에게 빌렸다는 것. 제 3의 인물이 조씨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외조카 이모씨의 가담 여부도 부인했다.

외견상 100억원의 돈이 잃어버린 김 대표는 본인이 돈을 빌렸던 제 3의 인물에게 100억원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에스크로 했던 돈 55억원에 대해서는 권리를 넘기는 대신 변제하지 않아도 좋다는 합의서를 받아둔 상태"라고 말했다.

돈을 잃어버렸지만 돈을 갚을 의무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에게 돈을 빌려줬던 제 3의 인물이 합의서 대신 다른 것을 얻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씨와 제3의 인물이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주식과 돈을 가져간 인물이라는 얼개가 그려진다. 이번 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영욱 변호사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이 대표가 계속 잘만테크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320만주의 주식이 모두 사라진 이상 전체 주식수(1050만주)의 3%인 31만5000주를 보유한 주주가 임시주주총회를 발의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때의 3%는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어야 하기 때문에, 3월 폭증했던 거래량을 감안하면 임시주총을 발의할 수 있는 주주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경영권은 끝까지 지켜내겠다"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취득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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