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정부 홍보비 예산 집행 실태' 감사결과 발표

[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정부가 4대강 홍보를 위해 당초 배정돼 있던 시설비나 연구개발비를 홍보비로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강우레이더 설치를 위한 시설비 7억원을 국가하천관리라는 명목의 일반 수용비(210-01목)로 바꿔 4대강 홍보에 사용하는 등 각 부처별로 수십억원의 예산이 4대강 홍보에 활용됐다.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정부 홍보비 예산 집행 실태' 감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등 5개 감사대상기관에서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예산전용을 통해 총 10건, 86억원의 홍보비를 증액, 대부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홍보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의 경우 세목간 조정을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홍보비를 증액했다. 당초 강우레이더 설치 시설비에 7억원, 홍수예보 및 수문조사 연구개발비 3500만원, 국가하천정비 시설비 24억5500만원, 본부 기본경비 20억원 등으로 배정됐던 예산이 일반 수용비로 전용돼 대부분 4대강 사업 홍보에 투입됐다.

환경부는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위해 자치단체에 자본보조하려던 13억원을 비점오염 저감사업 명목의 일반 수용비로 예산을 전용, 4대강 홍보비로 사용했다.

각 기관이 홍보비 예산을 공공기관의 보조사업 예산 등으로 편성해 집행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대변인실 소관인 '농어업 농어촌 알리기' 사업의 예산(2009년 55억원, 2010년 72억원)을 공공기관인 농촌정보문화센터의 민간경상보조(320-01목) 예산으로 편성·집행했다.

감사원측은 각 기관에서 예산전용을 통해 홍보비를 증액한 사유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비 마련을 위한 예산전용이 2009년 총 6건 67억원(총액 70억원의 95.3%), 2010년(10월 기준) 1건 13억원(총액 16억원의 81.3%)으로 예산전용을 통한 홍보비 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토해양부가 4대강 홍보 등을 위한 이벤트 등에 당초 지급액보다 약 1억6000만원을 과다 청구,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원측은 "일부 기관에서 계약내용의 이행 확인 또는 홍보비용 정산을 소홀히 하는 등으로 홍보비를 과다 지급하거나 주무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산하 공공기관의 예산을 중앙관서의 기획홍보비로 사용하는 등의 부적정 사례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국회의 '2009회계연도 결산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에 따라 실시됐다. 국회는 예산 전용을 통한 홍보비 증액, 당초 계획에 없던 홍보비 집행, 대가성 있는 홍보비 집행 등 부적정한 홍보비 집행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5개 기관의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개 기관의 홍보비를 감사범위로 11명의 감사인원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실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발표했다.

#용어설명
▲일반 수용비(210-01목): 안내·홍보물 등 제작비, 광고료 등 업무수행과정에서 소규모로 발생되는 물품구입 및 용역제공에 대한 대가 등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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