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구글이 개발자회의에서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무료 전자책에 이어 2만여곡을 저장할 수 있는 공짜 음악 서비스와 영화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애플에 이어 구글마저 디지털 콘텐츠 사업 전면에 나서며 통신 사업자들이 구글과 애플에게 콘텐츠 사업은 다 넘겨준채 망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를 통해 안드로이드 마켓에 클라우드 기반의 음악 서비스와 비디오 대여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 전면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부터 구글은 1500만권에 달하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이 책들은 구글을 통해 유료 또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구글과 전자책 관련 협력을 약속한 출판사도 4000곳이 넘는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뮤직 클라우드'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PC나 안드로이드폰, 태블릿PC를 통해 사용자가 구매한 노래를 최대 2만곡까지 클라우드상의 구글 서버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서비스는 구글이 새로 업데이트 한 뮤직 앱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 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의 기본 기능으로 내장되는 셈이다.

디지털 영화 대여 서비스도 곧 추가된다. 수천개의 영화를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은 HD급 영화 한편을 4.99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번 구매한 영화는 30일 안에 시청해야 하고 한번 보기 시작했으면 24시간 이내로 영화를 봐야 한다.

구글의 이런 행보는 애플과 아마존 등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과 흡사하다. 스마트폰 플랫폼을 장악한 뒤 디지털 콘텐츠 시장 전체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급격하게 세를 늘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개통된 안드로이드폰은 총 1억대에 달한다. 구글에 따르면 매일같이 40만대의 안드로이드폰과 태블릿PC가 개통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의 앱 수도 20만개를 돌파했고 누적 다운로드 수도 45억회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지금까지 돈독했던 구글-스마트폰업체-이통사의 균형이 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나란히 디지털 콘텐츠 시장까지 좌지우지하며 이통사들의 미래 먹거리를 이미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들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통신 사업자들은 단순히 네트워크 망을 빌려주고 망 사용대가만을 받는 망 사업자로 전락할 전망이다. 특히 구글이 새로 선보이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기기에 기본 탑재되기 때문에 파괴력도 더 클 전망이다.

국내 이통사 한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면서 "향후 안드로이드가 스마트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구글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 진출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은 현재 이메일, 무료 메시징 서비스를 비롯해 구글 챗을 이용한 무료 통화 서비스도 나서며 통신사들의 기존 사업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면서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시장을 모두 장악할 경우 기존 IT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할 가능성도 높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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