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유사들이 주유소와 제품 판매시 자사의 제품만 판매토록 강요하는 거래 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석유산업 경쟁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월 기준 정유사들이 직거래하는 자영주유소 8721개 가운데 정유사가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주유소는 84.4%, 약 7363개로 집계됐다.

배타조건부 거래 계약이란 특정 정유사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조건으로 타 정유사 제품은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내용이다.

정유사별로는 SK에너지와 SK네트워크 등 SK 계열사는 직거래 자영주유소 3001개 가운데 2805개(93.5%)와, GS칼텍스는 2350개 중 2248개(95.7%)와 배타적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816개 직거래 자영주유소와 모두 배타적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에쓰오일(S-OIL)은 1554개 가운데 계약 체결 비율이 31.8%(494개)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독자적인 상표를 내건 주유소나 수입 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전체 1만2498개 가운데 2.9%(359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정유사들이 주유소에게 자사 상표표시 허용하거나, 보너스 시스템 및 제휴카드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주유소가 전량공급 조건을 위반할 경우 계약해지나 손해배상 청구, 디브랜딩(폴 철거), 보너스 시스템 철거조치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신규사업자 등의 유통망 확보를 어렵게 해 신규 진입을 저해하고, 정유사 간의 경쟁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이달 말 공정위가 정유사들의 원적지 관리 담합에 관한 제재내용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보고서를 공개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적지 관리란 매출이 높거나 상징성이 큰 지역의 주유소를 잡기 위해 정유사가 다른 곳보다 기름을 싸게 공급하거나 각종 혜택을 주는 행위로, 정유소-주유소간 배타조건부계약과 비슷한 의미다.

앞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유사들의 원적지 관리와 관련 담합으로 결론으로 내리고 이달 하순 전원회의에서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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