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융권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파묻혀 금융당국 수장으로의 리더십을 상실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외환은행 새 주인 찾기 등 한국금융의 미래를 좌우할 금융권 새틀 짜기가 자칫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측근 인사들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 인수에 총력전 펼치는 산은지주= 강 회장은 지난 17일 산은금융 전 임직원을 불러 모아 장장 3시간에 걸쳐 산은 주도 메가뱅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위상에 비해 금융산업 발전이 미미한 만큼 더 커져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 (방법) 중 하나가 우리금융일 수도 있다"며 우리금융 인수를 공식화했다.
　
산은금융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 재매각 방침이 나오기도 전에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구상을 업계에 흘리면서 '산은+우리'에 따른 정부지분율이 50%대로 낮아져 민영화 숙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이 "그런 시나리오는 2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M&A 이슈는 '강만수 대 이팔성' 등 정권 실세들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강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청와대 등 정관계 인사와 폭넓게 접촉하면서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김석동 위원장이 뒤늦게 "경쟁 입찰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산은금융 내정설에 대한 '물 타기'에 나섰지만, 민유성 전 산은금융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제동을 걸었던 것과 달리 당국의 대응 수위가 낮아 방관자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강 회장을 겨냥해 "우리금융 매각은 시장 원리에 입각해 진행돼야 하는데 너무 앞서나가는 분이 계셔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어윤대ㆍ김승유 회장의 독자노선=강 회장과 이 회장이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겉으로는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물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금융당국 수장의 영향력은 감지되지 않는다. 우리투자증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어 회장은 정관계 인사를 두루 접촉하면서 메가뱅크 시너지를 위한 자신의 구상을 전달하고 있다. 또 김 회장은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계약연장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향후 우리금융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진로를 놓고 현지 투자자들과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조정기능 상실" 우려=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민간 금융지주사를 끌어들여 판을 키우려는 복안을 갖고 있으나 산은금융 강 회장의 독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초대형 금융 현안이 정권 실세들의 '노름판'으로 전락하는 바람에 당국의 조정 능력이 상실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주사 전환 이후 줄곧 제기돼 온 현안이고 외환은행 매각도 금융발전을 위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사공이 많아 자칫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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