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조민서 기자] 서울시 면적(605㎢)의 3.5배에 달하는 땅(2154㎢)이 이달 말부터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풀린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4496㎢ 가운데 2154㎢(국토면적의 2.1%)를 이달 30일자로 해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해제 조치는 이명박 정부 들어 네 번째로, 이제 남은 허가구역은 전 국토의 3.4%에 불과하다. 외지인의 땅 투기를 막고 땅값 안정을 위해 1979년 도입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번에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은 앞으로 관할지역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토지를 거래할 수 있고, 취득 허가를 받을 때 신고한 용도대로 토지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 주민들 입장에선 땅을 마음대로 팔 수 있고, 투자자로선 토지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추가로 해제한 배경으로 2009년 4월 이후 땅값 변동률이 연평균 1% 수준으로 토지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예정지역이나 땅값이 오를 만한 곳은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토지시장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허가구역 해제 지역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장지동, 종로구 구기동 등 알짜 지역과 경기도 과천·하남시 등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지역 주변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방의 경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지인 대전시 등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규제가 풀렸다.

이 때문에 개발 예정지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땅값 상승과 함께 마구잡이 개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당장은 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땅값 급등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경기가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이번에 해제된 일부 알짜 지역이 투기의 집중적인 타깃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자체가 시장에 자금 쏠림 현상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높다. 오세윤 광개토개발 사장은 "땅값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부동산 침체의 탈피 국면에선 시중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대거 몰려 투기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른바 '기획부동산' 등 투기 세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질 개발 공약에 편승해 다시 활개를 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상무는 "600조원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내년 총선과 맞물려 토지시장으로 흘러들 경우 땅값이 요동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속적으로 토지시장을 모니터링해 투기 세력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해제한 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는 탄력적인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철현·조민서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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