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오현길 기자]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정유4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한석유협회 정기총회 참석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서먹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원적지 관리 담합'에 대한 대규모 과징금 폭탄을 눈 앞에 둔 데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한 업체의 보복성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에 의해 이뤄짐에 따라 불편한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대한석유협회는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협회장으로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을 선출했다.

이날 총회에는 오강현 석유협회장, SK에너지 박봉균 사장과 GS칼텍스 허진수 사장, 에쓰오일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사장, 현대오일뱅크 권오갑 사장 등 정유4사 CEO가 모두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조사를 벌여왔던 정유업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정유4사 CEO 회동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신입협회장 선출 뿐만 아니라 '기름값 논란', '원적지 관리 담합' 등 민감한 이슈가 산적한 때문인지 오전 11시 시작한 총회는 3시간 가까이 지속돼 1시 50분경에야 끝마쳤다.

이런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간만에 한 자리에 모인 정유4사 CEO들은 일제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총회 시작에 앞서 오강현 협회장과 정유4사 CEO는 최근 유가 동향과 업계 입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수베이 에쓰오일 사장은 "현재 고유가는 수요로 인한 가격 인상이 아닌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점차 유가가 떨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박봉균 SK에너지 사장은 "실제로 최근 휘발유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고유가 시대를 극복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기름값이 오르면 국민들이 걱정, 내리면 기업의 손해가 걱정되는데 회사에 손해가 있더라도 기름값이 내리길 바란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사장도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기름을 절약하며 덜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기업과 정부도 에너지 절약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로 2년3개월의 임기를 끝마친 오 협회장은 "그동안 정유업계가 국민경제와 유가안정, 에너지 안보 등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며 "정유사들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에 더욱 노력해서 사회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만간 있을 공정위 과징금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GS칼텍스 허진수 사장은 정유사들의 원적지 관리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대해 "(과징금이)발표된 뒤에 얘기해야 하지 않겠냐"며 "조만간 발표가 나오면 그 다음에 이야기 하겠다"고 입을 닫았다.

현대오일뱅크 권오갑 사장도 "어찌됐든 공정위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나오는 내용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봉균 SK에너지 사장도 "과징금 규모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날 신임협회장에 선출된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인사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는지 총회가 끝나고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공정위는 그동안 정유사들이 매출이 높거나 상징적인 지역의 타사 주유소를 자사상표 폴로 바꾸기 위해 저가로 제품을 제공하거나 주요 주유소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혜택을 주는 이른바 '원적지 관리' 담합 행위를 포착하고 전원회의를 거쳐 과징금 규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서소정 기자 ssj@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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