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사외이사의 한마디
MK "당장 현장 견학 지시하죠" 즉시 화답
美·인도·중국 등 해외법인 방문
'글로벌 현대車' 위상 실감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자동차에 대해) 공부 좀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현대차 사외이사)

"좋은 생각이군요. 당장 현장 견학이 가능토록 지시하겠습니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사외이사로 선임된 직후 정몽구 회장과 첫 면담 자리에서 한 명의 사외이사는 대뜸 제안을 했다. '현대차를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사외이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담은 한 사외이사의 '당돌한' 의지 표현에 주위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하지만 그의 의중을 읽은 정 회장은 이내 화답했다. 현대차 실무진과 이사회 멤버끼리 일정을 맞춰 해외 공장을 차례로 둘러볼 것을 그 자리에서 지시한 것이다.

이 같은 일화가 바탕이 돼 현대차 사외이사 일행은 지난해부터 중국, 인도, 미국에 있는 해외 법인을 방문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러시아와 체코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배려는 적중했다. 현대차 사외이사단은 일부 해외 공장을 둘러보고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무대에서 5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방문한 공장 중에서 가장 충격을 안겨준 곳으로는 미국이 꼽혔다. 서로 지척에 둔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의 기아차 공장을 연달아 방문했는데 차로 2~3시간 떨어진 거리를 이동하는 중간 곳곳에 핵심 부품 공장이 늘어선 것을 보고 현대차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소감이다. 한 사외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 사이에 부품 협력사를 촘촘히 들여 놓고 공급망을 공유하는 모습에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인도 공장에서는 정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현지에 설립된 복지 센터(welfare center) 때문이다. 이는 인도가 아직 기업 활동을 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인 점을 감안한 정 회장이 특별히 지시해, 현지에 파견한 현대차 임직원만을 위한 생활 터전이다. 인도에 진출한 여타 국가의 자동차 기업에서는 파견 직원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차 이사회는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린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 별 다른 일정이 없는 한 참석해 '얼굴 도장'을 찍는 편이다. 스킨십 강화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의 견해를 직접 듣고 싶은 의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또 다른 사외이사는 "현장을 직접 보고 나서 현대차는 세계 어떤 기업과 비교했을 때 조직원의 자발적 모티브(동기)가 강하다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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