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부가 북한에 6월 하순께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통신사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정부가 지난 달 9일 베이징에서 남북 비밀접촉을 갖고 한 차례의 장관급회담과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피격 사건이 해결되면 5월 하순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회담을 열고 합의사항을 선포한 뒤, 6월 하순께 판문점에서 1차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또 두 달 뒤에는 평양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3차 정상회담을 열자고 주문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북한은 "'남측에서 선(先)핵포기와 두 사건에 대한 사과를 계속 거론하며 반공화국 적대정책을 고집하는 한 최고위급회담 개최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고 중통은 보도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한 유감이라고 표시해달라"며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이 문제를 결론짓자"고 거듭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통은 "(남한 정부가)'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하면서 돈 봉투까지 빨리 거리낌없이 내놓고 유혹하려고 하다 망신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조선통신은 당시 베이징에서 북한과 비밀접촉에 나선 남측 인사는 통일부 김천식 정책실장과 국정원 홍창화 국장,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라고 실명도 공개했다.

조선통신은 또 "이명박 정부가 집권말기 위기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 올해 4월부터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을에 대해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갖자'고 간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남한 정부가 북한에 정상회담 제안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달라 남한은 복잡하다"며 "비밀접촉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남한에 알려지면 좋지 않으니 꼭 비밀에 붙여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이 비밀접촉을 주관하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파견된 사람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북측도 접촉과 관련한 내용을 꼭 비밀에 붙여달라'고 거듭 간청했다"고 밝혔다.

중통은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순방 당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을 내년 핵안보정상회담에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베를린 제안'에 대해 청와대가 북한에 미리 설명했다는 것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 매체는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베이징제안의 진의를 설명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청와대 대변인을 내세워 베이징 비밀접촉을 날조해 먼저 공개한 이상 우리도 있던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든 사실은 이명박 정권이 집권말기에 접어들면서 북남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을 모면해 보려고 얼마나 발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역도'가 제 아무리 발악해도 집권 3년간 저지른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죄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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