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지난달 미국서 10만7426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초로 시장점유율 10% 벽을 돌파하는 등 전부문에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소형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일본 혼다를 제치고 '톱5' 진입에도 성공했다.

1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법인에 따르면 지난달 양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0.1%를 기록했다. 현대차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5만9214대, 기아차는 4만8212대를 판매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3.4% 급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율은 5.6%와 4.5%를 기록했는데, 회사별 판매대수와 시장점유율 모두 역대 최대치다.

지난달 미국 전체 판매량은 106만18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해 현대ㆍ기아차의 판매실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미국과 일본 주요 업체들의 판매대수가 떨어진 반면, 독일차는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미국 GM과 포드는 이 기간 각각 22만1192대와 19만1529대를 판매하면서 전년동월대비 1%와 3% 하락했다. 일본 도요타는 33% 감소한 10만8387대, 혼다는 22% 줄어든 8만1773대에 그쳤다. 이와 달리 폭스바겐은 4만783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증가했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가 미국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하면서 현대차의 타깃도 미국과 일본을 넘어 독일로 맞춰지는 양상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독일차 넘어서기' 특명을 내렸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독일차를 연구하라'는 지시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2주전부터는 연구개발총괄본부에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등 발언 강도가 세졌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기염을 토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국차와 일본차가 벤치마킹 대상이었으나 지난해 도요타 품질 문제가 터지면서 사실상 자가발전해왔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차를 잇달아 넘어선데다 미국서 새로운 기록을 수립한 현 시점이 독일차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에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정 회장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의 모델이 향후 현대ㆍ기아차가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와 벤츠는 판매대수와 상관없이 품질이 우수한 프리미엄 업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폭스바겐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규모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품질로 승부한다'는 정 회장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현대차가 지난달 10% 이상의 미국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달리 BMW와 벤츠는 각각 2.5%와 1.9%에 그쳤다.

독일차 중에서 정 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품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아닌 성능, 조향, 파워트레인 등 운전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핵심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성능, 파워트레인 부분에서는 아직도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해야할 과제가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관련 협력사 및 용역업체와 함께 독일차 연구에 착수했다. 또 R&D 인력을 유럽 현지로 보내 품질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