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복 코리아본뱅크 대표
■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 종근당에 입사,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다. 7년 만에 회사를 뛰쳐나와 코리아본뱅크를 설립해 기존 제약사들이 시도하지 않는 골형성 단백질 의료기기 분야에 도전, 국내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란격석[以卵擊石]. 달걀로 돌을 친다는 뜻으로, 아주 약한 것으로 강한 것에 대항하려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달걀로 돌을 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강한 상대를 만났다고 해서 피하거나 쉬운 방법을 찾는다면 당장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겠지만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달걀로 돌을 칠 수 있는 우둔함이 뚝심과 합쳐진다면 아주 강한 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혁신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1997년 의료기기 회사인 코리아본뱅크를 창업한 뒤 다른 이들이 시도하지 않은 영역에 도전해 왔다. 국내 최초로 동종이식재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한국형 인공관절을 개발하며, 새로운 분야의 의료기기 개발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오던 중 미국과 유럽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뼈를 잘 붙게 해주는 골형성 단백질이라는 의료기기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손상된 뼈를 잘 붙게 해주는 골형성 단백질은 환자의 골 결손 시술 기간을 3~6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는 획기적인 신물질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에서 독점하는 형태로 미국 및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국내 환자들은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2006년 초 다국적 제약사의 기술 특허 만료를 앞두고 연구소를 설립하고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생산 공정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생산라인을 두 번이나 전면 교체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동물세포주(CHO cell)를 이용한 골형성 단백질 대량생산에 성공해 임상에 돌입했다.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 달걀로 바위를 치는 도전정신으로 전념하였기에 이루어 낼 수 있는 결과였다.

비단 코리아본뱅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기기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발전된 의료기기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이란격석의 정신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의료기기 시장만큼은 열악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2%대로 세계 시장과 견주기에는 한참 미약한 상황이고,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기 업계 R&D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로 세계 1위 존슨앤존슨 1개 기업의 R&D 예산에도 못 미칠 정도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기산업의 세계 10위권 도약을 목표로 고부가가치 틈새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의료기기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바이오 의료기기 사업 분야를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의료기기 업체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의료기기 시장은 더욱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선도기업 육성, 세계 의료기기 시장 유통망 개척, R&D와 해외 제품 판매 인허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뚝심을 더한 이란격석의 정신으로 도전해온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세계 10위가 아닌 세계 5위도 넘볼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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