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발표했을 때 전 세계 휴대폰 업계는 위협을 느꼈다. 휴대폰 업체들은 일반 휴대폰 시대에 안녕을 고해야 했고 이동통신사는 유례없이 콘텐츠 사업을 직접 진행하는 애플에 불만을 표했지만 결국 아이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패드가 등장했을 때는 PC 업계가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 세계 유수의 시장조사 기관들은 PC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다. 전 세계 통신 및 휴대폰 업계는 애플의 개발자회의(WWDC)를 숨죽이고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지난 6일(현지시간) 개발자회의는 달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당초 기대했던 아이폰5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클라우드와 아이메시지가 등장했다.

아이폰·아이패드와 달리 아이클라우드·아이메시지는 이미 예견된 것들이고 구글 등이 이미 서비스하고 있어 위협이 덜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잡스의 공백으로 애플의 창조경영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PC 시대가 지나고 클라우드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준비해온 국내 이통사들은 이번 개발자회의가 위협보다는 기회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상무)은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시장점유(Market share)'보다 '시장성장(Market development)'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 계획) 발표는 시장 관심을 키워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계획 발표가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 활성화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여타 통신사들도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가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애플의 아이폰 출시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지만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이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보유한 국내 통신3사 모두 클라우드 시장에 이미 진출한 상태이며 수출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가 공개되더라도 현재 통신3사 모두 충분히 대비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무료 상품을 병행해 국내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의 경우 애플보다 시장 상황과 고객 수요를 더욱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부 단말에만 국한된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KT 관계자는 “단말과 통신 이슈를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는 일부 단말에 국한돼 제공되는 반면 국내 통신사는 단말 제한 없이 제공하고 있어 애플과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클라우드 시장 상황도 국내 통신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KT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개인용 클라우드 가입자만 70만명 수준에 5페타바이트(PB), 30억 파일 등 수치에서 볼 수 있듯 현재 국내 개인용 클라우드 시장 가입자의 클라우드 이용 형태가 질적·양적 모두 성장세에 있다”며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의 아이메시지 서비스와 관련, 국내 시장의 경우 카카오톡이 선점하고 있어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이피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 관계자는 “아이메시지는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 사용자끼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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