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일본 기업들의 올 상반기(1~6월) 인수합병(M&A) 규모가 지난해보다 79% 증가한 94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낀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비축한 풍부한 현금을 앞세워 M&A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시장 조사업체 딜로직의 조사 결과 올 1월1일부터 6월17일까지 글로벌 M&A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조46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의 M&A 규모는 지난해보다 79% 증가해, 미국(34%), 유럽(19%) 등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엔 강세가 지속되면서 해외 M&A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해외 M&A 규모는 388억달러로 지난 한해 동안의 343억달러를 넘어섰으며, 2006년 기록했던 연간기준 역대 최대치 370억달러를 웃돌았다.

메릴린치 일본 법인의 와카쓰키 유이치로 M&A 담당자는 "대지진으로 일본 기업들이 사업 지역 다각화 필요성을 느끼면서 M&A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뤄진 해외 대규모 M&A 10개 가운데 6개가 3월11일 대지진 이후 결정됐다.

원자력발전에 집중 투자해오던 도시바는 대지진 여파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M&A를 통해 전력 사업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달 스위스 스마트미터기 제조업체 랜디스+기어를 23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이달에는 말레이시아 송전 및 배전 기기 제조업체 탑랭크를 인수했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비용절감 등을 통해 현금을 충분히 비축한 것도 M&A를 돕고 있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은 3월31일 기준 211조엔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엔을 넘어섰다.

일부 대형 해외 M&A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기업을 인수한 미국과 유럽 사모펀드 업체들이 글로벌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이뤄졌다. 일례로 다케다약품공업은 스위스 제약사 나이코메드를 사모펀드 업체들로부터 1조1100억엔에 인수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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