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기자회견, 190일 만에 갈등 막내려
사측 “노조 결정 환영” 협상 사실상 타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190일 만에 총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노조는 이날 “3년간의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생활이 피폐해졌고 죽음의 공장으로 변해가는 영도조선소를 방치할 수 없어 총파업 철회와 현장복귀를 선언한다”며 “사측도 공권력 투입을 중단시키고 노조와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소하고 조합원 징계와 불이익 처분도 함께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조의 총파업 철회와 업무 복귀선언을 적극 환영한다”며 “회사와 노조는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측은 노조와 노사협의회를 열어 노조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정리해고 문제 합의를 핵심으로 한 노사협상을 타결 지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정리해고를 둘러싼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190일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사는 노조의 총파업 철회와 업무복귀와 더불어 ▲정리해고자 중 원하는 사람의 희망퇴직자로 전환 ▲노사간 손배소 등 민·형사상 문제 최소화 ▲기타 노조 요구사항을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한다는데 합의했다.

지루하게 끌어오던 공방을 외부 개입없이 노사가 직접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해 말 부산 영도조선소 경쟁력 향상의 일환으로 사측이 일부 조합원들의 정리해고를 단행하자 노조의 반대 및 총파업으로 직장폐쇄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올 1월 6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조선소내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데다가 정치권과 외부 노동운동가들이 노조의 편을 들면서 조선소의 생존보다는 다른 차원의 갈등으로 번졌다.

특히 지난 11~12일 ‘희망버스’ 조직원들과 사측 직원간의 폭력사태로 인해 노조측은 외부세력의 개입에 회의를 느꼈고, 24~26일 노사는 철야 협상을 개시해 주말이 끝나기 전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27일 오후 부산지방법원이 영도조선소에 머물고 있는 노조원 100여명에 대한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에 의한 강제퇴거집행’ 단행키로 했다는 발표와 함께 다시 분위기는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노조측도 더 이상의 소모전은 무의미하며, 영도 조선소의 회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다가 사측도 정리해고 직원에 대한 재취업 알선 등 성의를 보이겠다는 점을 받아들여 농성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이 끝남에 따라 영도조선소 안에 있는 생활관에 머물던 노조원은 모두 퇴거할 것이라고 노조측은 밝혔다. 다만,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정리해고 철회가 빠진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거를 거부하거나 퇴거하려는 노조원들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날 오후 1시 30분께로 예정된 법원의 강제퇴거집행 때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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