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카카오톡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선물하기' 기능을 뺀 카카오톡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자사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출 방침을 세우자 현재 KT와 이 기능만 뺀 카카오톡을 내놓는 방침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아이폰에서 카카오톡을 쓰는 사용자들은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0일 애플, 카카오톡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달 1일부터 '카카오톡', 'YES24 전자책' 등 자사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국내 앱 개발업체들의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할 방침이다. 무료 앱이지만 앱 내부에서 모바일 결제가 이뤄져 애플에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업체들이 이 같은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애플은 유료 앱 업체들로부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무료 앱이더라도 앱 내부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인 앱 퍼처스(IAP)'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매출의 30%를 챙겨 왔다.

카카오톡의 경우에도 '선물하기' 기능이 있어 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1000원짜리 선물을 결제하면 애플에 300원을 줘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한다면 한다'는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카카오톡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당장 내일부터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은 지금까지 계속 이 같은 원칙을 세워 왔다"면서 "만약에 카카오톡에만 예외를 허용할 경우 유료 앱 업체들에도 파장이 일파만파 번져 애플이 쌓아 온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벅스, 소리바다, 엠넷 등 앱스토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음악 서비스 업체들에 같은 이유로 퇴출 통보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네오위즈인터넷은 이통사 결제 방식이 아닌 애플의 방침에 따라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채택한 앱을 재출시했다. 결국 카카오톡도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애플로부터 직접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선물하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KT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KT와 논의해 선물하기 기능이 빠진다면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은 KT가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KT가 사업을 접으면 카카오톡은 앱스토어에서도 계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이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카카오톡이 앱스토어에서 방출될 경우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아이폰용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540만명이다. 전체 가입자 1800만명의 30%다. 내달 2000만명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이폰용 가입자수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의 방침으로 사용자의 불편이 초래될 수 있고, 사업이 위축되자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용경(창조한국당) 의원은 28일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에 대한 간담회에서 "애플의 불공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애플이 맛있는 사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사과였다"고 비판했다.

이용경 의원은 "아이폰 도입 직후 애플 앱스토어가 백마 탄 왕자처럼 등장해 국내 콘텐츠 업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지만 이제는 마귀할멈으로 변했다"며 "앱스토어 운영 방식을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앱 개발업체들은 IAP 결제 모듈 탑재, 7:3 수익배분 등 애플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일방적인 앱스토어 운영 방식은 모바일 결제 등 전자 상거래 활성화를 막고 있다"면서 "시장을 선도한다는 애플이 이에 역행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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