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보호 기능을 별도의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 기능 사이에 파이어월(Fire wall:방화벽)도 설치하기로 했다.

최근 총리실을 중심으로 한 금감원 개혁 태스크포스(TF)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소비자원 설립에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30일 한경밀레니엄포럼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미흡했던 소비자 보호기능을 회복하는데서 나아가 별도의 기관에서 수행하는 정도로 독립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 내에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기능이 혼재돼,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인식에서다.

권 원장은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크게 제고되었지만 금융회사들은 판매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소비자 보호에는 다소 소극적"이라며 "감독당국도 건전성감독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했다는 비난과 함께 소비자 보호기능을 분리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소비자보호기능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와 건전성 감독이 상충되지 않도록 파이어월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보호 업무를 수석부원장이 직접 관할하고 외부의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담당임원으로 영입키로 했다.

불완전 판매·불공정 영업행위를 소비자 입장에서 검사, 제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인력도 확충할 방침이다.

이처럼 금감원이 갑자기 소비자기능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현재 총리실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금감원 개혁 TF의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분리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권 원장은 이에 대해 "TF안이 어떤 형태로 나오든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또 금감원은 내달 중 금융권역별로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문제된 주식워런트증권(ELW), 주가연계증권(ELS), FX마진거래 등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거래에 대해서는 투자권유 등 영업행위의 적정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권 원장은 "앞으로는 검사·감독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검사·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미스터리 쇼핑을 확대하는 등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회사별 민원발생 건수를 대외 공개하고, 민원이 급증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특별검사·고강도 업무지도를 실시키로 했다.

이밖에도 권 원장은 금감원의 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미 총리실 TF를 중심으로 금융감독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금감원의 자발적인 혁신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청렴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산등록대상을 4급 이상 직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과잉검사를 막고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는 등 검사선진화 방안도 마련한다.

또 보험, 증권, 은행 등 권역별로 나눠진 조직을 검사, 정책 등 기능별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기능별 감독체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99년 감독원 통합 때도 시도한 바 있다"며 "(변경을)신중하게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결산은 회계법인들과 협력해 경직되지 않게 진행할 방침이다.

권 원장은 "9월말 결산이 되고 공개되는 시점에 감독당국이 회계법인과 긴밀하게 경영진단을 할 것"이라며 "(업계에서)저축은행 회계법인들이 경직될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금감원이 회계법인들과 협력해 저축은행 회계검사 과정이 경직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