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그룹 운영체계 개선안 발표..개방형 그룹 경영 의사결정 시스템ㆍ사업부문단위 경영관리체계 도입 등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민규 기자] 신한금융그룹은 30일 최고경영자(CEO) 신규 선임 연령을 만 67세로 제한하고 개방형 그룹 경영 의사결정 시스템 마련, 사업부문 단위 경영관리체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그룹 운영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룹 CEO의 연임 시 재임도 만 70세까지만 가능하고 그룹의 주요 현안 결정은 신설되는 '그룹 경영회의'를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날 오후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방안을 담은 '그룹 운영체계 개선안'을 내놨다.
지난해 라응찬ㆍ신상훈ㆍ이백순 등 CEO 3인방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결국 3명이 모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이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마련한 방안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CEO의 자격 요건을 정해 후보자 육성과 선임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이사회가 CEO 승계과정 전반을 효과적으로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 회장은 "CEO 자격요건으로 법률 제도상의 제한 외에도 도덕성과 신한의 가치에 대한 이해, 전문성에 대한 조건을 명시했다"며 "현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 적절한 시기가 되면 차기 CEO 후보를 공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그룹의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와 심의, CEO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구로 지주사 및 주요 자회사 CEO들과 사업부문 및 기능별 담당임원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회의(Executive Committee)'를 신설할 계획이다.

그룹 경영회의는 대다수 선진 금융그룹들이 운영하고 있는 형태다. 분야별 전문성을 살리고 주요 현안을 터놓고 논의해 그룹 차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과거 지주 회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결정이 사라지며 여러 경영진의 다양한 의견과 조언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신한금융 측의 설명이다.

한 회장은 "그동안 회장 또는 지주사에 편중돼 있던 의사결정과정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주요 사안들에 대해 협의ㆍ심의하는 과정의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그룹 경영회의를 통해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집단지성에 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신한금융은 분산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사업모델과 사업부문 단위 경영관리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우선 신한금융투자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IB) 관련 부문(CIB)과 그룹 자산관리 관련 프라이빗뱅킹(PB) 및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에 새 경영관리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라인별 전문성 확대 및 그룹 차원의 대고객 통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짐에 따라 그룹 고객들에게 보다 선진화된 서비스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향후 대내외 의견 수렴과 이사회 논의를 거쳐 '그룹 CEO 승계시스템'과 '그룹 경영 의사결정시스템'은 올 하반기에, '그룹 경영관리체계'는 내년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한편 한 회장은 "현 시점에서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 인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은행과 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지위가 취약한 증권ㆍ보험 부문은 지속적으로 대형화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한금융은 겸업화와 대형화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외형적 기틀을 갖췄으나 내부 운영시스템은 여전히 소형 지방은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번 운영체계 개선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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