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뛰는 물가에 올 추석선물 트렌드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선물의 대명사인 '과일ㆍ굴비'가 금값이 되면서 '한우ㆍ와인' 등 가격이 떨어진 대체 상품이 올 추석 큰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 사과 특품 5kg 한 상자 가격(가락시장 기준)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가 7만7000원대를 가뿐히 넘어 8만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 추석이 작년보다 열흘, 재작년보다는 20일 정도 빨리 다가오면서 생육기간이 부족, 상품성 있는 대과 수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농협유통 도매사업단 이광식 사과팀장은 “추석 사과 품종인 홍로는 추석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9월6일이나 돼야 출하가 가능하지만, 유통매장에 배급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다음달 28일까지 출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급이 크게 달릴 것으로 예상돼 선물용 사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값은 이미 크게 뛰었다.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판매되는 배값(7.5kg)은 5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4900원보다 두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저장배의 가격이 크게 뛴 것인데, 이 영향으로 다음달 10일 이후 나오는 햇배의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유통 도매사업단 배 담당 박철호 대리는 "추석선물용 배 가격은 8월 기상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다음달 대형 태풍이 예상돼 있는 만큼 낙과 등으로 추석선물용 배 가격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참굴비(열마리)는 최근 27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의 18~20만원보다 50% 가량 치솟은 가격이다. 추석 선물용으로 사용되는 참조기의 어획량이 올 들어 20~30% 가량 줄었기 때문인데, 유통업체에서는 선물용 굴비 가격을 지난해 대비 약 10%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안탁 과장은 "올해 저수온 현상으로 난류성 어종인 참조기 씨가 말랐다"면서 "참조기의 어획기가 9월부터 시작되지만 올 추석이 너무 일러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우값은 계속해서 빠지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거래된 갈비 1등급(100g) 가격은 4880원으로 지난해 6850원보다 약 30% 하락했다. 한우값은 추석을 맞아 수요 증가로 일정부분 오를 수 있지만 현재 시세가 워낙 낮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 소비는 올 들어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이번 추석을 계기로 다시 한번 한우 붐이 일 것"이라면서 "가격 할인 등 적극적인 소비촉진 행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와인 역시 한-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로 가격이 5~13% 가량 떨어지면서 다시 한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 추석의 경우 과일값 폭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와인 판매가 30% 증가한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과일값이 급등하면서 추석선물 판매 톱10에 과일이 끼지 못했었다"면서 "한우, 와인 외에도 저렴한 가격의 참치ㆍ햄세트 등 가공식품ㆍ생활잡화 세트가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