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1970년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폴란드 대사와 친분 때문에 제거된 '곁가지' 인사들이 최근 고위직에 잇따라 기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자신의 최대 정적이던 계모 김성애 전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장과 그의 아들 김평일 등을 곁가지로 규정하고, 각 분야에서 이들 세력을 제거한 바 있다.

그러나 김평일과 남산중고교, 김일성 종합대학 동기동창인 리정률이 최근 인도네시아 대사에 임명됐고, 김 대사와 동기동창인 오정일도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부장에 올랐다.

리정률은 김일성대 외문학부를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교원생활을 하던 중 곁가지로 낙인돼 1980년 평양기계대학 교원으로 밀렸다. 이후 리 대사는 1990년대 중반 외무성에서 자리를 옮겨 모잠비크 대사관 등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데 이어 이번에 외교관의 꽃인 대사에 임명됐다.

오일정 당 부장은 북한 혁명 1세대의 간판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대학을 1년 앞당겨 졸업하고 군대에 자원입대했지만, 이집트 대사관무관,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 지원원 등 변방을 떠돌았다.

1992년 소장이 된 뒤 지난해까지 더 이상의 별을 달지 못했고, 오 부장의 뛰어난 능력에도 출세하지 못한 것은 김평일 곁가지라는 꼬리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도 곁가지로 분류돼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평안북도 출신인 김 제1부상은 평양국제관계대학 불어과를 졸업한 이후 외무성에 들어갔고, 알제리 주재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1975년부터 1년간 외무성 비동맹국과 국제기구를 오가면 연구원전문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중요한 외교현안마다 뛰어난 전략전술과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계모인 김성애의 통역으로 일한 아내의 경력 때문에 평범한 연구원직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김영남 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외교부장으로 부임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개별보고를 올려 김 부상의 신상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부상은 1차 북핵위기가 터지고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승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곁가지 인사의 선별적 중용은 김 위원장의 권력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김 위원장의 광폭정치를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후계자 김정은 세력이 김평일 대사를 소환해 가택연금 중이라는 소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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