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비결을 그는 ‘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그림을 잘 아는 까닭에, 재능의 승부수를 어린 독자층을 향해 던진 영리한 작가다. 웹툰계에서 무명 없이 성공 가도를 달려온 진짜 비결은 만화 캐릭터에 있었다.

2008년 네이버 웹툰에 만화를 연재, 불과 4개월 만에 정식 만화가로 등재돼 폭발적 인기를 끌며 지강민(33) 작가가 웹툰계에 나왔다. 그는 ‘와라 편의점’을 연재하며 짧은 기간에 주목을 받은 신진 작가다. 마치 소년처럼 수줍어하는 모습이 만화 속 캐릭터와 꼭 닮아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어렸을 적, 박무직 작가의 만화를 보고 ‘남자가 그린 순정만화’의 매력을 느꼈다는 그. 그때부터 편견을 깨는 도전에 나서보자고 결심했다. 미술을 하는 아버지 덕에 늘 그림 그리는 환경에 노출돼 있던 어린 작가는 순정만화부터 본격적으로 만화 습작을 하기 시작했다.

정식 데뷔전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연재한 경험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올린 사건이 계기가 됐다.

어느덧 ‘와라 편의점’은 연재 4년차를 맞고 있다. 그간 누적 조회 수 6억회, 편당 조회 수 200만회를 돌파했다. 독자층은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주로 10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편의점을 소재로 독자에게 친근한 접근을 시도한 것이 그의 전략이다. 만화는 매회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되며, 편의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벼운 유머로 다룬다.

에피소드에는 작가의 과거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 또한 녹아 있다. 아무리 실제 경험이 도움이 된다지만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300여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구성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그래서 작가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늘 에피소드에 관해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민준, 혜연, 은아 세 캐릭터는 10대 독자층에게 마치 실존인물처럼 인기를 얻고 있다. 남자 작가인데 펜 터치가 섬세하고 그림이 아기자기해 더 주목을 받는다. 그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들은 인기 만화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주인공 캐릭터를 담은 수많은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까닭에서다. 10대 팬심이 ‘와라 편의점’의 캐릭터 상품에 대한 사랑으로 고스란히 표출됐다. 다이어리, 체크리스트, 스탬프, 스티커 등이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캐릭터를 담은 아이스크림과 우유가 출시돼 한 편의점의 PB 상품으로 전국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당해 편의점에서 빙과류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와라 편의점’의 인기를 등에 업은 캐릭터 상품은 특정 회사가 판매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전담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판매율이 높아 그는 판매세를 10%가량 지급받고 있다. 고료보다 수입이 쏠쏠하다. 6권까지 나온 만화 단행본과 미니 핸디북도 10대 팬에게는 소장 가치가 높다. 또한 태국어로 번역된 단행본이 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쯤 되니 작가의 만화는 ‘원 소스 멀티유즈’를 구현하는 표본이나 다름없다. 현재 ‘와라 편의점’은 어린 독자층을 겨냥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올해 말 편당 20~30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버전이 케이블 만화 전용 채널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와라 편의점’이 웹툰의 애니메이션화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바다.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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