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 고배당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마자 신한금융지주가 바짝 엎드렸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배당 확대 방침을 세웠던 신한금융이 철회 의사를 통보해왔다. 이는 권 원장이 직접 고배당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선 직후에 나온 조치로 주목된다.
　
이날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전날 신한금융 측에서 예년 수준의 배당을 하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금융 측은 "장기적으로 배당액이 정기예금 이자(4%)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이는 일반론이며, 당장 하겠다는 계획을 반영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는 것.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한금융의 배당 수준이 현 주가의 4%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주주들에 대한 배당액은 1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권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방안 세미나 행사에서 "그 부분은 좀 따져봐야 한다. 배당할 만한 충분한 수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당국의 엄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권 원장은 "국제적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강화된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하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PF대출 부실이 쌓이는 상황에서 미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고배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상시장치를 마련, 운영하고 있어 향후 금융회사들의 배당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회사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특정 회사가 무리한 배당을 하는 것이 포착되면 업무협의를 통해 자제시키고 있다"며 "회사의 재무비율ㆍ자기자본비율ㆍ부채비율 등을 살펴 여력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고배당을 진행할 경우 경영진 면담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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