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신기해요”(양 모양, 서울자운초 5학년)

“서울에서 반딧불이를 다 보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신 모씨, 도봉구 창동)

반딧불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어린 시절 이후로 반딧불이를 본 적이 없다는 어른들도 모두 호기심어린 눈빛이었다.

도봉구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초안산근린공원에서 반딧불이 방사 행사를 가졌다.

이 날 방사된 반딧불이는 총 100마리. 인근 학교 학생과 지역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반딧불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방사에 앞서 참가자들은 숲해설가의 생태해설을 들으며 반딧불이를 관찰했다.

이들은 관찰을 마친 후 반딧불이 한 마리 한 마리에 각자의 소원을 담아 서식지로 날려보냈다.

반딧불이는 1982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했다.

도봉구 초안산 반딧불이 생태공원

몸길이는12~18mm로 등판이 검고 앞가슴은 붉으며 대부분 성충은 배 끝에 발광기가 있어 여름밤 날아다니며 빛을 낸다.

물과 공기를 비롯한 모든 환경이 청정한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환경지표종으로 지난 2000년 서울시에서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도봉구가 반딧불이 방사에 최적지로 선정한 초안산은 역사적 아픔이 서린 공간이다.

이 곳은 2002년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이라는 명칭으로 사적 440호로 지정된 무덤이 1000기 정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아픔을 가진 내시 묘다.

대부분 죽어서도 궁궐을 바라보며 왕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궁궐 방향인 서쪽을 향하고 있다. 내시들의 슬픈 운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1993년부터는 골프연습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17년 간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도봉구는 각고의 노력 끝에 골프연습장 허가를 취소하고 공원을 조성, 초안산을 반딧불이가 반짝거리는 자연생태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이번에 방사장소로 선정된 초안산 생태연못은 반딧불이 유충이 상륙할 수 있는 사면과 숲이 있으며 연못에 물이 연중 고여 있다.

주변 계류에는 가재도 서식하고 있어 반딧불이 서식 및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는 평이다.

반딧불이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식지 복원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사면에는 이끼, 통나무 등을 놓아 번데기 생활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사면 위쪽에는 관목과 교목을 추가로 심기도 했다.

반딧불이 방사행사는 반딧불이 유충과 성충을 정기적으로 방사하고 생활상을 모니터링 하는 등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생태복원 사업이다.

자연방사 시 개체가 자연에 정착할 확률이 30% 정도로 매우 낮다. 도봉구는 2014년까지 총 3500 마리 반딧불이 유충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방사할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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