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가 진행하는 토크쇼 QTV <수미옥>에는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나온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의 첫 토크쇼 출연도, 국회의원 출신 소설가 김홍신이 국회의원 시절 비화를 털어놓은 곳도, 좀처럼 오락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이승환이 출연한 곳도 모두 <수미옥>이었다. 또한 5일 방영하는 <수미옥>에서는 최근 양악수술 사실을 공개한 배우 신이가 출연, “하지원에게 질투를 느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파도 아니고, 이제 방송 초반이라 할 수 있는 토크쇼가 어떻게 이런 화려한 섭외를 할 수 있을가. 이에 대해 QTV의 이문혁 제작팀장은 <10 아시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게스트를 섭외하는데 김수미의 영향이 크다. 송새벽이나 신이 같은 경우는 김수미가 MC이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경우다.”라고 밝혔다. 김수미는 두 배우와 영화에 출연하며 돈독한 사이다. 김수미와 오랫동안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이순재나 절친한 사이인 김홍신도 마찬가지. 하지만 김수미의 영향력은 단지 직접적인 섭외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미옥>은 다른 토크쇼와 달리 메인 MC인 김수미가 공격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대신 출연자들에게 요리를 해주며 마음을 풀어준다. 일례로 <수미옥>에서는 <프로젝트 런웨이>에도 출연했던 그룹 디바 출신의 김진이 현재 교제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김진은 이후 <수미옥> 스페셜 방송에서 “김수미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했다”고 하기도 했다. 이문혁 제작팀장은 “따뜻한 밥 한끼 먹이고 보낸다는 생각으로 만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중권 등 제작진이 섭외한 게스트도 이런 분위기에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미옥>의 이런 섭외는 tvN < 현장 토크쇼 TAXI >와 함께 케이블 토크쇼의 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청률이 공중파 보다 낮은 케이블의 특성상 케이블 토크쇼는 게스트 섭외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두 토크쇼는 모두 화제의 게스트들을 자주 섭외, 공중파 토크쇼 못지 않은 화제를 몰고 오기도 한다. 이영자-공형진이 진행하는 < 현장 토크쇼 TAXI >역시 SBS <시크릿 가든> 종영 직후 현빈을 섭외하기도 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직접 섭외에 나설 수 있을 만큼 인맥이 넓은 진행자, 출연자와 진행자의 거리를 좁히는 독특한 콘셉트 등으로 섭외하기 어려운 게스트의 마음을 열고 있는 셈이다. 이문혁 제작팀장은 “김수미는 30년 이상 조연 연기를 하신 배우로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며 게스트가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주연 같은 조연’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직 공중파 토크쇼만큼 강력한 힘은 갖지 못하더라도, 케이블 토크쇼가 공중파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점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QTV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