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민은 겸손한 야심가다. 그룹 티아라의 일원으로 데뷔해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씩 개인 활동을 할 때도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KBS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의 ‘통편녀’와 ‘병풍 이미지’는 효민이 배우로 자리잡기 위해 건너온 징검다리다. 스포트라이트 뒤의 병풍을 맡으면서도 효민은 “작은 기회에도 늘 감사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동료 멤버인 지연과 함은정이 공포영화에 출연할 때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던 효민은 <기생령>에서 처음으로 욕심을 부렸다. <기생령>은 참혹한 죽음을 당한 형의 집에서 홀로 남은 조카를 키우게 된 장환(박성민)과 아내 서니(한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효민은 원래 “특별 출연이었던 분량“이었지만 “비중 있는 조연”으로 역할이 커진 서니의 동생, 고교생 유린 역을 맡았다. “연기에 대한 호평은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단언처럼 효민은 <기생령>이 소중한 기회였다는 데 감사할 뿐 자신의 위치를 과대포장하지 않는다. MBC 시대극 <계백> 역시 효민에겐 야심의 표적이라기보다는 ‘배우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그렇게 효민은 통편집과 병풍의 그늘에서 벗어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내려가고 있다.

<#10LOGO#>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떤가.
효민: 관객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봐야하는데 데뷔작이다 보니 내 어색한 습관만 보이더라. 티아라로 활동하며 무대의 내 모습만 익숙하다 큰 스크린으로 내 연기를 보니 내 모습 자체가 어색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태프, 배우들과 친해져 편하게 촬영한 장면도 있었지만 잘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처음 보는 내 모습에서 장단점을 발견하게 되더라.

<#10LOGO#>좋지 않은 습관이라면 어떤 것인가.
효민: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밥을 먹을 때 내가 오물거린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볼 일이 없으니까. 눈을 자주 깜박거린다는 것도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자세가 구부정한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대사 할 때도 전달력이 부족한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도 하고 음악 프로그램도 했지만 영화를 찍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청춘불패> 찍으며 ‘병풍이미지’가 생긴 뒤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 생겼더라. 그런 이미지가 재미있으니까 내가 거기에 맞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래 내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에 <청춘불패>도 그만하게 됐다.

<#10LOGO#>원래 조심스러운 성격인가.
효민: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닌데 아이돌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에 따라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가리게 된다. 연기는 하기 전엔 자신감도 있고 배짱도 있었는데 막상 데뷔하고 나니까 위축되기도 하고 힘들었다. 영화를 찍으며 ‘더 이상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스태프나 배우분들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한없이 위축됐을 텐데 다행히 많이 배려해줘서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를 시도한 효민은 <기생령>으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다”

<#10LOGO#>티아라 활동과 연기를 병행해야 해서 힘들지는 않나.
효민: 어제는 공연 때문에 차에서 2~3시간 잔 게 전부였다. 밤새는 일도 많다. 안 새려고 하면 안 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뭔가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겨 그렇게 된다. 팬들이 우리에게 기대해주는 게 많으니 연습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억압적으로 밤을 새는 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그렇게 하게 된다. 많이 못 자도 피곤하지는 않다. 열심히 할수록 더 뿌듯하다. 일정이 많다 보면 스트레스도 받지만 다른 멤버들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연이나 은정 언니가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갓 데뷔한 신인이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도 하고 뭐가 뭔지도 모르고 하곤 했으니까. 은정 언니는 리더를 맡으면서 티아라 활동과 영화, 드라마를 맞물려서 한 적도 있다. 모든 걸 신경 쓰려고 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 신경쓰라고 했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그날만 생각하고 임하니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더라.

<#10LOGO#>성격이 매우 긍정적인 것 같다.
효민: 티아라 활동 하면서 긍적적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걱정도 많고 신경쓰는 부분도 많은 편인데 멤버들과 단체생활 하면서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흔히 숙소생활이라는 걸 억압의 측면으로 보는 분들도 많지만 내 경우는 그것이 일탈이었다. 엄격한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언니들이랑 다니며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다.

<#10LOGO#>다른 멤버들이 먼저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받는 걸 보면 경쟁심이 생기진 않던가.
효민: 다른 멤버들을 봐오면서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알게 됐다. 별게 아닌 것처럼 찾아오더라. 회사에서도 우리에게 순서가 있으니까 모두에게 다 똑같은 기회를 줄 거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조바심이 없었다.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아니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도 열심히 하게 됐다. Mnet <티아라의 드림걸즈>에서 나경원 국회의원 보좌관에 도전하는 걸 찍을 때는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진심으로 찍어야 해’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 방송이 나간 뒤 평소 프로그램 관련해서 전화를 잘 안 하던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더라. 그때 마음가짐이 바로 드러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후부턴 작은 거라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하니까 주위에서도 칭찬하고 신경 써주더라.

<#10LOGO#>딸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이 많이 걱정할 것 같은데.
효민: 그 반대다. 부모님은 한번 하기로 한 건 끝까지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는 주의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네가 한다고 해서 한 거니 난 모른다”고 하신다. 돈 관리도 내가 안 해서 얼마나 벌었는지 나도 모른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활동을 했고 이름도 알렸다고 생각한다. 대신 부모님은 건강을 많이 챙겨주신다. 포도즙, 배즙 같은 걸 계속 먹으라고 주기도 하시고. 최근에는 MBC <최고의 사랑>을 보셨는지 공진단도 해주셨다. 그런 걸 먹으면 건강이 좋아지는지는 모르겠는데 심적으로 안심이 된다.

“연기에 대한 칭찬은 기대하지 않는다”

<#10LOGO#>티아라의 리더로 활동하는 건 어떤가.
효민: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그렇지만 리더가 바뀌어도 멤버들은 변함이 없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리더가 단점들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예전과 똑같이 이야기하고 떠든다. 똑같이 합의의 과정을 거치고 리더가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어느 정도 양보나 희생은 있지만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출연으로 바쁠 때 리더가 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영화 촬영하면서도 계속 앨범 생각하고 연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리더라는 명분 아래 더 열심히 했다.

<#10LOGO#>리더로서 어떤 걸 많이 신경 쓰나.
효민: 남들이 다 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내가 나서서 콘셉트 회의에 참여하기도 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캐릭터나 의상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멤버들에게 일일이 물어봐서 의견을 듣고 나면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다. 의견이 서로 많이 다르면 문제가 생긴다는 걸 우리도 겪었으니까 아는 거다. 앨범이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도 해서 더 안심할 수 있었다. ‘롤리폴리’는 40대 이상도 좋아해주신다. 이번 기회에 어르신들에게도 티아라가 입지를 굳혔다고 자부한다.

<#10LOGO#>가수 활동과 연기 중 어떤 게 더 어렵나.
효민: 연기가 훨씬 어렵다. 무대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즐길 수도 있게 됐다. 무대에 오를 때나 녹음할 때, 방송할 때는 하나도 안 떨린다. 그런데 연기는 제대로 평가받아본 적도 없으니 더 어렵게 느껴진다. 자신감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준비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하다 보면 연기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10LOGO#>연예계 데뷔하기 전 배우가 꿈이었다고 들었다.
효민: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처음 꿈꿨던 것이 연기다. 공부하면서 뮤지컬에 빠져서 노래와 춤을 배우게 된 거다. 대학 첫 축제 때 갈라쇼 주인공으로 뮤지컬 무대에 섰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처음 알게 됐다. 연기에 대한 욕심보다는 무대에 대한 욕심이었던 것 같다. 그때쯤 걸그룹 이야기가 나왔는데 막상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욕심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내 실력에 만족을 못해서이기도 했다. 연기가 좋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순서만 다를 뿐 애정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수 활동 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작아지지 않은 것은 펼쳐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티아라의 멤버로서도, 배우로서도 잘 해내고 싶다”

<#10LOGO#>지연과 은정은 앞서 공포영화를 찍었다.
효민: 나도 부러웠지만 다른 멤버들도 그랬을 것 같다. 옆에서 하는 걸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 솔직히 연기 잘한다는 칭찬은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효민에게 저런 표정과 저런 얼굴이 있구나”하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연기를 너무 빨리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준비된 게 아직 없으니까. 학교 활동 작품이나 독립영화 같은 걸 통해서 더 가꾼 뒤에 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주어진 기회엔 감사하게 생각한다.

<#10LOGO#><기생령>이 첫 영화다. 비중 있는 캐릭터도 이번이 처음이고.
효민: 유린 역은 특별출연으로 나오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부담이 없었다. 회사에선 “더 좋은 걸 해야 하는데”라면서 미안해 했지만 난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차근차근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왕 하는 거 욕심을 가져보자 해서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됐다. 티아라로 활동하면서 “나 그거 잘해요”라며 나서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감독님에게 대들기도 하면서 찍었다. 감독님도 많이 의견을 들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분량이 늘었다. 처음으로 욕심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

<#10LOGO#><기생령>에서 연기하는 건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때와 어떻게 다르던가.
효민: <기생령>을 찍으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연기를 배운다기보다 현장이란 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는 자리였다. 감독님도 티아라의 효민으로서 톡톡 튀고 재미있고 상큼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부담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기생령>의 유린은 밝지만은 않은 인물이다. 생각도 많고 예민한 캐릭터다. 촬영하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연기인가? 이런 게 연기인가?’ 하고 묻게 됐다. 중간중간 모니터해보니까 정말 어려운 것이란 걸 알게 됐다.

<#10LOGO#><기생령>을 찍으며 목표했던 지점에 얼마나 가까이 간 것 같은가.
효민: 내 연기에 대해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겸손해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다. 모든 신인 연기자들이 똑같을 것 같다. 부족한 점만 보이더라.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이다. 나를 많이 변화할 수 있게 도움울 준 작품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장 크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롤리폴리’가 1위에 올랐을 때다. 1위에 오르는 건, 멤버들 사이에서도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10LOGO#>개인적으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효민: 지금까지 기회도 잘 주어졌고 운도 좋았다. 나만 정신차리면 될 것 같다. 자만하지 않고 기회를 늘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겠다. 티아라의 멤버로서도, 배우로서도 잘 해내고 싶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남에게 피해가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이제는 개인 생활에는 불만이 전혀 없다.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 어차피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사진제공. 코어콘텐츠미디어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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