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우리나라 대외채무가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재정건전성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4000억달러에 간신히 못 미쳤다. 증가 규모가 둔화된 한편 장기외채가 늘어나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만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채규모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6월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채무 잔액은 3월말보다 154억달러 증가한 3980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최근 당국은 외채규모가 4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늘어나는 외채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대외채무는 지난해 말 360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전분기 증가폭 226억달러에 비해서는 증가 규모가 다소 둔화됐다. 아울러 단기외채 보다는 장기외채가 외채 증가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불행중 다행'이라는 지적이다.

장기외채는 외국인의 국고채 등 국내 장기채권 투자가 증가하고 예금취급기관의 장기차입 증가 등으로 3월말보다 141억달러 늘었다.

반면 단기외채는 예금취급기관이 큰 변동을 보지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단기채권 투자 등으로 13억달러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은 49.2%로 3월말보다 0.5%포인트 하락했으며 단기외채비중(단기외채/총대외채무)도 37.6%로 1.2%포인트 내렸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펀더멘털이 견조한 가운데 국고채 등 국내 장기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늘었다"며 "외채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일단 증가 규모가 줄어든 한편 외채의 질적인 면도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단기외채비율이나 단기외채비중도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보다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아직 관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경제규모가 커지면 빚도 늘지만 자산도 증가한다"며 "우리는 순채권국으로 대외채권증가폭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6월말 우리나라 대외채권 잔액은 4874억달러로 3월말보다 186억달러 늘었다. 수출증가에 따른 무역신용 증가, 해외증권투자 증가, 준비자산 증가 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단기대외채권(106억달러)이 장기대외채권(80억)달러 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외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곧 4000억달러를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너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속도를 좀 줄였으면 좋겠지만 단기외채를 줄일 수도 없어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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