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미국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25명 보수가 기업이 납부한 세금보다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기업 CEO들의 과도한 보수 문제와 함께 미국의 세금 법 체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기업들이 조세포탈 및 조세회피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는 데다 다수의 기업들은 세금 납부액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로비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문제로 꼽혔다.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IPS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100명의 CEO 중 25명은 지난해 각 기업이 납부한 연방소득세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좌파경향의 그룹인 IPS가 최근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와 함께 각 기업들이 납부한 세금보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로비에 투입한 자금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엘리자 커밍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기업 경영진 보수에 대해 청문회를 요구했다.

공화당 대럴 아이 하원정부개혁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커밍스는 "CEO 보수 문제가 경제위기를 오늘까지 지속시키는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7월 실업률은 9.1%까지 치솟은 데다 노동자 임금은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 반해 CEO 보수와 기업 이익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세제 법안이 이와 같은 불균형을 키우는 요인이 아닌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소속 회사가 납부한 기업세보다 더 많은 보수를 거머쥔 CEO 25인의 평균 연봉은 1670만 달러로 S&P500 기업 CEO들의 평균치인 108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 중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 이멜트 CEO는 지난해 152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같은 해 GE는 33억달러의 연방세 환급을 받았고 로비와 정치 캠페인에 4180만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GE 앤드류 윌리엄스 대변인은 "IPS의 연구에는 지난해 GE가 납부한 막대한 자금의 연방세는 포함돼 있지 않아 부정확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보잉의 짐 맥너니 CEO는 보수로 1380만달러를 받은 반면 연방법인세로 1300만달러를 납부했고 보잉의 로비와 캠페인 자금으로 2080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베이의 존 도나호 CEO 역시 지난해 1240만달러를 보수로 받았으나 지난해 연방세에서 1억3100만달러를 환급받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GE, 보잉, 이베이 등 100개 기업들이 다양한 수단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3분의 2는 조세도피지역으로 알려진 버뮤다,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등에 해외 자회사들을 세우고 이를 활용해 세금을 낮게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업들도 감가상각을 가속화하는 방식으로 납세액을 낮췄다고 IPS는 밝혔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 작성자인 IPS의 척 콜린스 선임학자는 "기업 수익성이 조세포탈 및 조세회피과 같은 회계방식에 의존하는 것은 기업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라면서 "과다한 CEO연봉은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PS가 지난 18년간 최고액 연봉을 제공하는 기업을 조사한 결과 IPS명단에 오른 대기업 중 타이코, 엔론, 월드콤 등은 파산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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