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업체를 현장 방문하고 있는 앰뷸런스맨.

응급상황은 일시적인 위기이다. 이 짧은 순간 만약 응급 상황에 앰뷸런스가 신속하게 달려오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생명을 잃고 말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에 일시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앰뷸런스맨 제도를 소개한다.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지역에 강도 8.9의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 당시 일본에서는 많은 인명 피해는 물론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동북부 지역 기업과 산업 기반들이 대부분 파괴되고 그로 인해 일본 공장과 회사들은 속속 조업을 중단했다. 그 여파는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본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일본과 무역하는 한국 회사들은 판로가 막히고 자금이 쪼들리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앰뷸런스맨 제도는 바로 그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당시 일본 지진으로 인한 국내 피해 중소기업들이 속출하자 국내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중소기업의 주치의를 자처하는 중진공 역시 다급했다. 사고 초기 현장에 전문가들을 급파해 상황을 점검해보니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30t의 물건을 싣고 가다 일본 항구가 파괴 되자 배가 바다에서 배회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기업,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조업 중단 위기에 처하자 갑작스럽게 판로가 막혀 버리게 된 기업 등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들은 곧바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적은 액수의 자금이라도 적시에 지원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도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업체가 지원을 요청하면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기업진단과 컨설팅, 필요한 서류작업을 거치는데 무려 20~30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자금 문제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기업은 도산 처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30명 주치의 최대 5억까지 처방

중진공 관계자들은 고심했다. 한 개의 기업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서는 지원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 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 받고 있었던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예전에 한 직원이 국내에서 위기에 처한 기업을 지원할 때 담당자가 현장에서 지원 결정을 먼저하고 후에 보고해 절차를 단축시켜 기업을 살렸던 사례가 있었다.

송 이사장은 즉시 이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즉시 사업화를 지시했다. 종합병원 긴급구조 시스템과 같이 전문가가 신속하게 투입돼 위기 기업을 진단, 처방, 진료하는 방식으로 정책자금 지원 서비스를 한다고 해 명칭을 앰뷸런스맨 제도로 정했다. 그리고 3월 16일 앰뷸런스맨 시범운영계획안이 수립됐고 이때 20명의 공식 앰뷸런스맨이 탄생했다.

앰뷸런스맨은 전문성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살려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 금속, 화공, 전기전자, 정보처리, 섬유 등 6개 분야에서 3급 이상 부장, 팀장급 직원들로 구성했다. 이들은 소속부서에서 현업을 수행하면서 앰뷸런스 업무도 겸임한다.

앰뷸런스맨 제도는 3월 21부터 28일까지 시범 운영됐다. 이때 이용업체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자 중진공은 이후 이를 상시 운영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 기업도 중동사태로 인한 수출 피해기업, 구제역 피해기업 등 일시적 경영애로기업, 재해기업, 사업전환기업 등으로 확대했다.

앰뷸런스맨도 30명으로 늘어났다. 전국 24개 지역본부에 최소 1명에서 2~3명이 배치됐으나 상황에 따라 타 지역본부의 업무도 지원한다.

앰뷸런스맨의 임무는 업체가 지원을 요청하면 현장에 방문해 기업 진단을 통해 3일 이내에 자금과 컨설팅 등의 처방전을 발급하고 이후 필요한 서류작업을 거쳐 7일 이내에 지원 결정을 한다.

이때 전결권이 적용돼 앰뷸런스맨은 단독으로 지원 결정 후 소속 부서장에게 사후 보고할 수 있다. 융자 결정 한도는 운전 3억원, 시설 5억원까지다. 중진공이 올해 지원한 기업은 8월 현재 114개 업체, 21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송성호 중진공 금융이사는 “앰뷸런스맨의 생명은 신속 지원에 있고, 현장에서 곧바로 업체의 애로를 해소하는 ‘발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수요 발생 시 앰뷸런스맨이 즉시 현장에 투입돼 도움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 지원 대상기업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제1호 앰뷸런스맨 김은광 중진공 서울지역본부 산업2팀장

“의사된 마음으로 중기 애로 치료”

“일시적인 자금 압박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앰뷸런스맨의 도움으로 회생돼 다시 탄탄한 기업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아픈 환자의 병을 완치시킨 의사의 마음처럼 흐뭇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김은광 서울지역본부 산업2팀장은 중진공의 제1호 앰뷸런스맨으로서 이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현장 사례를 제공했다. 1994년부터 중진공에서 근무한 김 팀장은 지역본부 팀장으로서 전문성과 열정을 갖고 평소 관할지역 내 기업들을 돌며 애로사항을 청취해왔다.

김 팀장이 어려운 기업들을 진단하면서 자금이 긴급하게 필요한 회사 몇 곳에 지원을 신속하게 하려 노력했던 사례들이 전례가 돼 지금의 앰뷸런스맨으로 제도화 됐다.

김 팀장은 “앰뷸런스맨은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에서 나온 제도”라며 “지원 기업은 사장의 적극성과 사원들의 긍정적 마인드, 타이밍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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