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이틀 앞으로 다가온 9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쿼드러플 위칭데이)에 네 마녀의 심술은 무난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만기 충격의 주범인 매수차익잔고(현물매수+선물매도 거래 규모) 청산 가능 물량이 실질적으로 '0'에 가까운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팔자'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매수차익잔고에서 매도차익잔고를 뺀 순차익잔고는 5일 기준 마이너스(-)4조507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매수차익잔고와 매도차익잔고는 각각 7조677억원, 11조1184억원. 종전 순차익잔고 최저치는 지난 5월30일 -3조8323억원이었다.

이같은 흐름에는 지난달 증시 폭락이 큰 영향을 줬다.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한 영향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던 베이시스(현·선물간 가격차)가 약세로 돌아섰고, 이로 인해 지난달 2일부터 18일까지 순매도차익잔고는 4조원 가량 증가했다. 급락장의 베이시스 변화를 이용해 매수차익거래 청산과 매도차익거래 진입 모두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 중순 이후의 차익거래 움직임을 보면 투자자들의 차익거래매도 여력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순매도차익잔고가 4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데다 최근 베이시스 약세에도 불구하고 추가 매도차익거래 규모가 크게 낮아진 점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배신영 삼성선물 애널리스트 역시 "6월 동시만기 이후 단기간 내 유입됐던 차익매수 물량은 대부분 청산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순차익잔고도 역사적 최저수준을 경신함에 따라 이번 만기일 물량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시장 베이시스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황이라는 점, 스프레드(차근월물과 최근원물간 가격차) 반등세 지속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은 지켜봐야할 요인으로 지적됐다.

배 애널리스트는 "연말 배당차익거래 수요가 예상되는 계절적 특성상 스프레드 1.5포인트 이상인 환경에서는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으나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베이시스 약세폭 심화로 9-12월물 스프레드도 1~1.5포인트내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잔고 증감만으로는 만기 매수우위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 있다"면서도 "베이시스 레벨이 낮아진 상황에서 스프레드 반등을 통한 만기변수 개선이 힘들다는 점에서 만기 효과는 중립 이하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진단했다.

베이시스·스프레드 가격 저평가를 상쇄할 수 있는 수급 요인으로는 외국인 비차익 매수를 들었다. 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비차익 추이가 원화가치와 여전히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개별주식 매물 완화도 기댈 언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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