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회회관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변호사에 대한 공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안 교수는 "박 변호사가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이라며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교수가 서울시장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교수는 여야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바탕으로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 40%에 육박하는 대중적 인기를 선보였다. 안철수 신드롬의 파괴력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타난 것.

이때문에 안철수 영입을 놓고 치열한 물밑 탐색전을 벌여온 여야는 패닉 상황에 접어들었다. 당안팎의 어떤 후보를 내세워도 안철수 돌풍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돌입하면 지지율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견제에 나섰고 민주당은 야권통합 논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며 구애에 나설 정도였다 .

여야의 우려는 안 교수의 불출마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안 교수가 정치권 일각의 관측대로 차기 대선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미 안철수·박원순 단일화 회동에 앞서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박 변호사가 나서고 차기 대선에 안 교수가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줄곧 제기돼왔다. 만약 안 교수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박 변호사를 차기 서울시장으로 만들 경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커진다.

차기 대선경쟁 구도에 안철수 변수가 추가되면 여야 모두 바빠진다.

박근혜라는 유력한 차기주자를 보여준 한나라당은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점까지 각오해야 한다. 야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안철수 돌풍의 파괴력을 감안할 때 반한나라당 단일후보로 안철수를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거대 정당이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차기 대선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여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게 된다.

김성곤 기자 skzero@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