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안철수 돌풍이 거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눌렀다. 박 전 대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지율 1위를 단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철옹성과도 같은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여야 정치권도 충격에 빠져들었다.

안 교수는 6일 CBS와 뉴시스가 각각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와 모노리서치(대표 이형수)에 의뢰해 조사한 차기 대선 양자대결에서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안 교수는 야권단일후보로 나섰을 경우 43.2%의 지지를 얻어 40.6%에 그친 박 전 대표를 앞섰다. 안 교수는 호남·충청권 및 경기·인천 등지에서, 박 전 대표는 영남권과 서울, 제주, 강원 등지에서 우위를 나타냈다. 모노리서치 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안 교수는 42.4%의 지지를 얻어 40.5%를 얻은 박 전 대표를 제쳤다. 연령별로 보면 안 교수는 40대 이하 젊은층에서, 박 전 대표는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 양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차기 지지율에서 한 번도 수위를 내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 결과는 충격적이다. 물론 안 교수는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7일 오전 여의도 자택을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가당치도 않다. 사실 생각해볼 여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기성 여야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 여론은 안 교수를 대안으로 고민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안 교수가 참신한 이미지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만들기에 적극 나서 이를 성공시킬 경우 그의 정치적 파워는 더욱 커진다.

안철수 신드롬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선보이면서 여야는 패닉에 빠져들었다. 안철수 돌풍에 여야는 차기 대선전략을 원점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것. 기존의 여야 구도에 안철수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며 정권재창출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악의 경우 '박근혜로는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차기 대선구도 자체가 복잡해질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이 안됐다는 점에서 지지율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피로증이 나타난 것이다. 안철수가 이겼다기보다 참신한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박근혜 대세론은 언제든지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마찬가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나서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중반의 최고 지지율을 가끔 기록했을 뿐 단 한 번도 박 전 대표를 누르지는 못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대세론 때문에 무력감에 시달리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안 교수의 등장으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야권은 안 교수에 유력 자산으로 여기고 연대 제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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