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마치 월급처럼 매달 고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브라질 국채투자상품에 경보등이 켜졌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원화대비 헤알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환손실이 발생, 당초 기대했던 수익을 얻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될 경우 브라질 국채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석달만에 5% 환손실= 외환은행 고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원·헤알 매매기준율은 1헤알 당 650.15원을 기록했다. 이는 브라질 국채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됐던 지난 6월 중 최고치(685.22원)에 비해 5.15% 하락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신흥시장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최근 원화의 가치도 많이 하락했지만, 브라질 헤알화의 절하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자료 : 외환은행 최종고시 매매기준율>

지난 6월 당시 브라질 국채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이 제시한 기대 수익률은 연 8~9% 였다. 11~12%에 달하는 브라질 국채의 고금리 덕에 현지의 토빈세나 운용, 판매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이만한 수익이 달성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국내에 판매되는 브라질국채 상품은 모두 환헤지를 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수익이 악화된다. 지난 6월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현재의 환율이 유지된다면 연 3% 수준의 수익밖에 챙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6~7월 국내 주요 증권사 3곳에서 판매된 브라질 국채관련 상품 규모만 총 7000억원에 달한다.

◆ 브라질 국채매력도 뚝↓= 미국, 독일 등 선진국 국채와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과 미국 국채 수익률간의 격차를 나타내는 '이머징마켓본드인덱스(EMBI)+ 스프레드'는 지난 14일 363.93bp로 2009년 9월4일 이후 2년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EMBI+ 스프레드는 16일에도 357.9bp로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이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도 신흥국보다는 소수의 선진국을 선호하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국채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에는 원금손실도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김지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발 실용경색 우려가 확산돼 브라질의 고금리, 헤알화 강세에 따른 채권투자 매력이 줄어들면 채권시장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민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채권은 이자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원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데 목적을 두고 투자되기 때문에 발행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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