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최근의 정전 사태로 일각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재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주택용이나 일반용에 비해 요금 인상에 따른 에너지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정전사태를 계기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 추가 인상 주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경련은 "산업용 요금을 6.1%나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산업용만 추가로 인상하자는 주장에 대해 당혹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에 비해 지속적으로 인상돼왔다. 2000년 이후 11차례의 전기요금 조정으로 평균 26.6% 오른데 비해 산업용 요금은 그 두 배에 가까운 51.2%나 인상됐다. 같은 기간 동안 주택용은 4.1%, 일반용은 6.6%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요금개편에서도 산업용은 6.1%가 올라, 전체평균인 4.9%보다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원가회수율(전기요금/전기생산원가 비율)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용도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92.1%로 주택용(89.7%)이나 평균(90.3%) 수준을 상회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 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을 보면 일본은 69%, 프랑스는 67%, 영국은 66%, 미국은 59%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75%에 달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경련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전기요금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는 0.038%p, 생산자물가는 0.122%p 상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전경련은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에 요금 인상에 따른 에너지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예로 전력소비가 많은 철강을 보면 우리 기업들은 에너지 지수가 100인 것과 달리 영국은 111, 미국은 121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전력 단전사태와 관련해 요금을 인상하기 보다는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전력산업에 대한 시장기능을 강화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 수요예측 및 공급의 효율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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