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우수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7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쪼개 다섯 아이들을 도와온 중국집 배달원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숨졌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교차로에서 김우수 씨(54)가 몰던 오토바이가 유턴을 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아반떼 승용차와 전면 충돌했다. 김씨는 바로 출동한 119 구조대에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부상이 너무 심해 담당 의사는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이틀 후인 25일 오후 11시경 아무런 연고가 없던 김씨는 병실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26일 어린이재단은 김씨가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에서 살면서도 2006년부터 매달 5~10만 원씩 5년째 어린이재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와왔다고 밝혔다. 그는 재단 앞으로 사망 시 보험금 4000만 원을 받는 종신보험도 들었다. 모두 어린이들을 위해 쓰라는 그의 의지였다. 김 씨는 생전 장기기증 의사도 내비쳤지만 무연고자인 탓에 병원에서 가족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장기를 기증할 시한을 넘겼다.

홧김에 저지른 방화 사건으로 교도소 생활을 하던 김씨가 이런 선행을 시작하게 된 것은 출소 6개월을 앞둔 2006년 2월 우연히 한 잡지에서 가정폭력과 빈곤에 처한 아이들의 기사를 접하면서부터다. 7세 때 보육원에 보내진 이후 12세에 도망쳐 구걸 등 자신도 힘든 생활을 했었던 김 씨는 이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출소하자마자 그는 후원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하루에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고, 처음으로 저축을 시작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자신이 후원하는 다섯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피로가 풀렸다. 난생 처음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린이재단은 “김 씨가 최근 형편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을 3만 원으로 줄여서라도 꼬박꼬박 냈다”며 “무연고인 김 씨가 빈소도 못 차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 장례는 재단이 나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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