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캐피탈ㆍ저축은행 진출해 새 수익원 창출"
"성과주의 조직문화 뿌리내릴 것"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창립기념식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로 말 문을 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시종일관 위기의식과 변화ㆍ혁신을 강조했다.

4대 금융지주회사들 중 가장 늦게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해 3주년을 맞는 생일날이었지만 분위기는 자못 진지할 수 밖에 없었다.

올 상반기에만 1조6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성과도 상당했지만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자축보다는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가속페달을 밟아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어 회장이 '마불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와 '백절불요(百折不撓, 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다)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어 회장은 보험회사 인수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지만 이날은 "당분간 비은행 M&A를 하지 않을 것이고 국내에 매물도 없고 동양생명이나 동양증권에도 관심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소비자금융 분야에서 기회가 되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저축은행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가치와 연결되는 생산성과 수익성 등에 대해서는 다른 금융지주회사들과의 비교해가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어 회장은 "기업의 생산성 측정 지표인 투입 인건비 대비 총 영업이익 배수(HR ROI)가 4대 금융지주매사 중 가장 낮고, 1인당 순이익도 경쟁사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기업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보여주는 주가와 시가총액에서도 경쟁사에 뒤쳐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몸에서 '지방'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힘겨운 노력을 통해 어려움 앞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체력을 만들자"고 주문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 선제적 리스크관리 체계 구축, 그룹의 내일을 준비하는 전향적 전략, 성과주의 조직문화 확산 등을 강조했다. 발탁인사 제도의 도입 확대 등 대대적인 혁신도 예고했다.

KB금융은 황영기 전 회장의 퇴진으로 눈물의 1주년을 맞았고 어 회장 취임 초기인 2주년때는 CEO 공백과 실적 부진, 대규모 희망퇴직 등으로 어수선하기만 했다. 어 회장 취임 이후 진통을 겪으면서 뚜렷한 실적개선을 이뤄냈지만 재점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 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