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미국 의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스타였다. 미국 의회는 13일(현지시간) 오후 한국 대통령으로서 13년만에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자로 나선 이 대통령에게 45분간 이례적인 박수갈채로 환대했다.

이 대통령의 당초 연설시간은 30분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하원 본회의장에 입장과 함께 쏟아진 기립박수를 시작으로 연설 시간동안 총 45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가운데 기립박수만 5차례였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한 외국 정상은 그동안 5명. 이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차례 박수를 받은 것이 가장 많았다.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의원들이 기립박수로 환영했고, 연단에 오른 뒤에도 한동안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손을 흔들며 "땡큐(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하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이 대통령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뒤에야 박수가 그쳤다.

이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귀빈석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와 차녀 승연씨가 연설 모습을 지켜봤다.

이 대통령이 의원들과 미국 국민을 향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신의를 지켜나가고 있는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한 대목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할 때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의원들에게 영어로 "You are still young. You look a young boy(여전히 젊어 보인다. 소년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한 대목과 퇴장전 연설 말미에 영어로 "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여러분과 미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라고 덕담한 대목에서도 역시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연설 중간에 한미 양국의 공통된 가치들을 소개하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한다"는 애드리브(즉흥 발언)로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이 6·25전쟁의 상처를 설명하면서 "나의 누나와 동생은 전쟁 통에 어린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내 눈 앞에서 쓰러진 그들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밝히자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연설이 끝나자 상·하원 의원들이 앞다퉈 이 대통령에게 몰려와 사인을 받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인을 받으려는 행렬은 로비와 환담장까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0일 출국 하루전날 밤까지 모두 25차례 연설 독회를 했고, 8일에는 청와대에 프롬프트를 설치해 초 단위로 시간을 맞춰가며 연설의 완결성을 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준비를 했다"며 "아마도 서울 G20 정상회의 연설에 쏟아부은 노력 만큼 관심을 쏟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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