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삼성전자 ‘갤럭시S2 LTE’를 필두로 본격 출시되기 시작한 LTE 스마트폰의 가격 인하 조짐이 심상찮다. 출시 보름도 안 돼 ‘LTE42’ 요금제로 2년 약정 시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하반기 신모델 출시가 줄줄이 예약돼 있다는 점에서 초기 모델들의 추가 가격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LTE 스마트폰 ‘공짜폰’이 등장한 것은 지난 15일 전후다. 대상 모델은 HTC가 지난달 29일부터 SK텔레콤을 통해 공급한 ‘레이더(Raider) 4G’.

지난 7월 국내 LTE 서비스가 개시됐지만, LTE 스마트폰 출시는 지난 9월 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른바 ‘공짜폰’ 등장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일정 요금제 약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단말기 ‘공짜’는 아니다. 통칭 ‘공짜폰’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이 경우 이 용어를 쓴다).

‘HTC 레이더 4G’는 21일 현재 할부원금 32만 8000원으로 ‘LTE52’(월 기본료 5만 2000원)2년 약정 기준으로 월 실구매가 -5133원이다. 실제 가입자가 월 납입하는 금액은 5만 2923원(기본료+부가세+이자 포함)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이전까지는 할인 폭이 더 커 할부원금 21만 8000원으로, 52요금제 가입 시 월 실구매가는 -9717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레이더 4G’ 판매가 급증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TE 가입 고객이 하루 1만명을 돌파했다는 SK텔레콤의 최근 발표 역시 이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다.

‘HTC 레이더 4G’는 지난 9월 21일 국내 첫 LTE 스마트폰으로 공개됐으며, 같은 달 29일부터 SK텔레콤을 통해 공급됐다. 당시 회사 측이 밝힌 출고가는 84만 7000원이었다.

HTC가 선제 공격, 삼성·LG에도 인하 압박
비슷한 시기 출시된 국내 삼성, LG전자 제품 경우 ‘공짜폰’은 아니지만, 역시 큰 부담 없는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과 LG 모델 각각 지난달 28일, 이달 10일 출시됐다.

국내 첫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갤럭시S2 LTE’와 경우, 할부원금은 56만 9000원으로, 52요금제 2년 약정 가입 시 실구매가는 월 4908원이다. 기본료와 부가세, 이자를 포함한 이용자의 월 부담액은 6만 3592원.

이 제품의 출시 초기 출고가는 85만 8000원으로, 당시 실구매가는 52요금제 기준, 38만 7800원(신규·기변)이었다. ‘옵티머스 LTE’(모델명: LG-SU640) 할부원금은 50만 9000원으로, 동일 조건에서 실구매가는 월2408원, 월 납입액(기본료+부가세+이자 포함)은 6만 936원이다.

이들 단말기 할부원금이 지난 18일 전후 한 가격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국내 출시된 LTE 단말기 중 HTC 제품의 가격 변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이통사 입장에서 ‘전략 단말기’인 셈으로, 이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가 변동이 있어 가격을 조정 중”이라며 “크게 변동은 없겠지만, 3만~4만원 정도 인상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TE 신규가입을 확대하려는 이통사와 단말기사 간 가격 조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LTE 시장 안착을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LTE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란 기대다. 특히 이달 중 갤럭시S2 HD LTE 등 후속 LTE폰 출시가 예정돼 있어 이전 모델의 가격 인하는 폭을 더 크게 가져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이러한 ‘착한’ 단말기 가격은 LTE 스마트폰 출시 한 달도 안 돼 보급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 14일을 기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된 자사 ‘옵티머스 LTE(Optimus LTE)가 출시 5일 만에 공급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LG전자 스마트폰으로는 최단 시간에 최고 공급량을 달성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포브스 및 외신에 의해 LG전자가 LTE 특허부문에서 세계 1위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글로벌 LTE 기술경쟁력이 입증됐다”며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된 ‘LTE 전쟁’에서의 비즈니스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LTE 순증 가입자 수도 하루 1만명을 넘겨 순항하고 있다. 자사 4G LTE 돌풍은 본격적으로 물량이 공급된 12일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갤럭시S2 LTE’가 출시된 이후 초기에는 공급 물량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공급이 원활해진 12일부터 4G LTE폰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갤럭시S2 LTE’와 ‘HTC 레이더 4G’에 이어 HD 화질의 고사양 프리미엄폰인 ‘옵티머스 LTE’의 10일 출시로 압도적인 단말기 라인업을 구축한 게 4G LTE 열기를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SK텔레콤은 밝혔다.

초기 LTE 단말기 부족으로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지금은 대리점들이 충분한 수준의 물량을 확보해 적극 판매에 나설 수 있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SK텔레콤 집계 결과, 초반 4G LTE 주 이용고객은 무선인터넷, 고화질 영상 서비스에 익숙한 20~30대로 파악됐다. 20~30대 고객은 전체 4G LTE이용고객의 63.6%로 같은 기간 3G 스마트폰 가입자 중 20~30대 고객 비율 50% 대비 월등히 높았다.

또한 4G LTE폰은 서울권에서 전체 판매량의 65%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내년 1월 커버리지 확대가 예정된 28개시에서도 LTE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점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고 회사측은 진단했다.


‘휴대폰 페어 프라이스’ 정부도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것으로, ‘휴대폰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은 21일 고시됐다.

그동안 휴대폰은 판매가격 표시대상 품목이었지만, 판매가격 미표시 관행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 등 불공정 사례가 빈번했다는 것이 지경부 판단이다. 이번에 고시된 휴대폰 가격표시제 실시 요령은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판매가격 표시에 관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휴대폰, 태블릿PC 등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하며, 직영, 전속 대리점, 판매점, 무점포(온라인 판매사이트, TV홈쇼핑 채널) 등 매장 크기에 상관없이 유통망 전체 점포를 대상으로 한다.

단말별로 요금제별 판매가격 모두를 표시토록 했으며, 특히 ‘35요금제에서 휴대폰 가격 공짜’ 등 부당한 가격 표시를 금지토록 했다. 실제 35요금제에서 소비자 부담액은 통신비+휴대폰 할부금으로 구성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경부는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정착되면 통신요금과 분리된 휴대폰 고유의 가격 형성, 휴대폰 가격경쟁으로 인한 가격 현실화 및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 유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정부의 ‘휴대폰 가격표시제’ 시행과 관련, KT가 지난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공정가격표시)’ 제도가 주목 받고 있다. ‘페어 프라이스’가 대리점마다 같은 제품에 대해 가능하면 동일한 가격에 판매토록 하는 것과 달리, 지경부 방안은 가격에 무관하게 단말 가격을 표시토록 한다는 점이 다르다. KT 관계자는 “내년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도입되더라도 페어 프라이스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박영주 기자 yjpak1@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