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은 ‘가을의 사나이’다웠다. 홈런 2개를 치며 4타점을 올렸다. 맹타에는 운이 조금 따랐다. 2회를 제외한 전 타석에서 정면승부를 벌였다. 앞 타자 최정 덕이다. 이날도 안타, 볼넷, 몸에 맞는 볼 등으로 4차례 출루했다. 박정권은 포스트시즌 선전 비결에 대해 “긴장 없이 편하게 타석에 선다”고 말했다. 핵심은 체력적인 부담의 감소로 보인다. 낮은 기온과 바람 덕에 많은 경기를 치러도 컨디션을 유지한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안정된 활약이 기대된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역투를 펼쳤다. 4회 1사 1루 상황만 제외하면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박정권과의 대결은 다소 공격적이었다. 타격감이 좋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볼넷을 허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유인구를 던지거나 장타 허용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롯데 마운드에 아쉬움은 하나 더 있다. 양승호 감독은 5회 2사 주자가 없는데도 불구 송승준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장원준을 투입했다. 추가 실점 봉쇄를 위한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아웃 하나 잡지 못하고 실점을 헌납했다. 장원준의 보직은 선발이다. 1, 4차전에 이은 계속된 등판은 이제 막 ‘가을야구’ 첫 승을 챙긴 그에게 다소 무리였다.

사실 패인은 타선에 있다. 초반 득점 찬스를 놓치며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모두 그러했다. 롯데는 SK에 비해 불펜이 약하다. 초반 확실한 리드를 잡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날 롯데는 김주찬의 3루타와 전준우의 적시타로 손쉽게 선취점을 올렸다. 김광현은 이대호를 고의사구로 거른 뒤 홍성흔과 승부했다. 결과는 김광현의 승. 홍성흔이 장타를 의식한 나머지 큰 스윙을 일관하다 병살타로 물러났다.


비단 홍성흔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날 롯데 타자 대부분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려는 타격보다 한 방을 보여주겠다는 스윙이 더 많았다. SK 타자들보다 타격능력은 뛰어나지만 결국 욕심으로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특히 손아섭의 부진은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그는 한 차례도 1루를 밟지 못했다. 부진은 상대 마운드에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 전준우,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로 연결되는 후속 타선에서 공격적인 투구를 적용할 타자의 선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날 SK 투수들은 손아섭의 부진으로 4차전에서 홈런을 친 이대호를 거를 수 있었다. 대신 큰 스윙으로 일관한 홍성흔과의 승부에 집중,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쉽게 롯데 강타선을 침몰시켰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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